[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이 6년 만에 2배 넘게 늘면서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이 처음으로 8%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여성 임원 중 실무를 맡는 미등기 비율이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증가가 이뤄져 표면적으로만 성별 다양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심 속에 위치한 기업의 모습. (사진=뉴시스)
8일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76개사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1만5016명 가운데 여성은 1210명으로 8.1%로 집계됐습니다.
여성 임원은 지난 2019년 505명(3.8%)에서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인 2023년 처음 1000명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여성 임원 중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미등기 임원 비율은 2019년 90.5%에서 계속 감소해 올해 71.6%로 낮아졌습니다. 역대 최저치입니다. 대신 사외이사 중심 등기임원이 빠르게 늘며 여성 임원 증가를 견인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등기 여성 임원은 457명에서 866명으로 늘어 증가율이 2배에 못 미쳤지만, 여성 사외이사는 38명에서 292명으로 7.6배 늘었습니다.
5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등기임원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여성 사내이사 비율은 2019년 20.8%에서 2022년 12.7%로 떨어진 뒤 최근까지 15%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대 다수는 여성 사외이사로 이들의 비중은 같은 기간 79.2%에서 84.9%로 높아졌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표면적으로는 성별 다양성이 확대됐지만 여성 임원의 상당수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생활용품(19.5%), 제약(19.0%), 서비스(13.2%), 식음료(13.1%) 등 소비재 업종의 여성 임원 비중이 높았습니다. 반면, 조선·기계·설비(3.3%), 에너지(3.6%), 건설·건자재(3.7%) 등은 여성 임원 비중이 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편, 올해 500대 기업 여성 사내이사는 총 5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28.8%인 15명이 오너 일가 및 친인척 출신으로 3명을 제외한 12명은 모두 사장(대표이사) 이상 직급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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