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퇴직연금 장내채권 거래 도입 ‘너무 느려’
IRP서 장내채권 가능 증권사 소수…그마저 회사채는 제한적
채권금리 2년째 하락 중인데…“기회 다 놓치겠네”
연금계좌라서 은행·보험사 장기물 활용하기 좋아
2025-07-09 06:00:00 2025-07-09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퇴직연금 계좌로 장내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퇴직연금에서 장내채권 거래가 불가능한 증권사가 더 많고, 가능한 곳도 투자할 수 있는 채권 종류가 제한돼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금리가 2년 가까이 하락하고 있으나 증권사들의 대응 속도는 너무 느려 투자 적기를 다 놓친 후에나 가능해질 것 같다며 불만입니다. 
 
미래·NH·우리·한투, 퇴직연금서 장내채권 거래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일부터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장내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이로써 연금 계좌 자산에서 부족한 금리형 상품 부족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전망입니다.  
 
현재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연금저축 계좌에선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판매하는 예금상품을 편입할 수 없습니다. 예금 역할을 대신할 대형 증권사 발행어음도 불가합니다. 개인 IRP계좌에선 은행예금은 가입할 수 있지만 발행어음은 차단돼 있습니다. 그만큼 금리형 자산 투자가 제한적입니다. 
 
안정적이면서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싶어하는 가입자들은 채권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채권 직접 투자의 경우 연금저축에선 안되고 퇴직연금에서만 가능합니다. 그것도 장외채권으로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식처럼 채권도 한국거래소가 만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내채권과 그 외의 장외채권으로 구분합니다. 증권사들이 취급하는 장외채권은 도매상처럼 도매로 가져와 일정수수료를 붙여 소매로 판매하는 채권입니다. 선택지에서부터 증권사들이 제공한 상품 중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은 상장주식처럼 장내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더 선호하는데요. 이에 증권사들 중에서도 퇴직연금 계좌에서 장내채권을 거래할 수 있게 서비스하는 곳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서 각 사의 모바일 앱(MTS) 퇴직연금 메뉴를 통해 장내채권을 매매할 수 있습니다, 삼성증권도 가능한데 매매할 수 있는 장내채권이 제한적인 편입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이 합류한 것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회사채 된다며? 한투증권 아직 ‘전무’
 
장내채권이라고 해서 수수료를 면제받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사들은 채권물의 기간별로 0.1%에서 0.3% 정도 수수료율을 부과합니다. 채권 투자는 1bp(0.01%포인트)까지 수익을 따지기 때문에 적은 수수료는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장내채권을 투자자 마음대로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데요. 문제는 IRP 등 퇴직연금 계좌에서 거래 가능한 채권도 아직 제한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채와 공기업 채권 등 사실상 원금보장 상품에 가까운 국고채는 모두 거래할 수 있지만, 회사채의 경우 증권사별로 등급에 제한을 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마저도 정해진 등급 이상 회사채를 모두 매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 증권사가 선별한 채권만 가능합니다. 장외채권에서 장내채권으로 범위는 확대됐는데 결국 증권사가 선별한 채권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한 것입니다. 
 
또한 지난주 퇴직연금 장내채권 거래 대열에 동참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국고채와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를 거래할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아직까지 회사채 거래는 막혀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선별한 일부 채권만 거래할 수 있다면 거래 편의성 말고는 장외채권과 다를 게 없지 않냐고 토로합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회사채의 경우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사나 (단체)가입자와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채권은 거래 가능 종목에서 제외돼 모든 채권을 올릴 순 없다”고 설명하고 “퇴직연금에서 거래 가능한 회사채는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채권 투자의 경우 보유기간 동안 약속된 채권이자를 얻는 목적 외에도 채권가격이 낮을 때 매수해서 높일 때 매도해 얻는 차익도 큰데, 국내 채권금리가 계속 하락 중인 상황에서 아직도 퇴직연금에서 장내채권을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나타냅니다. 
 
실제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미국 국채금리와 달리 국내 채권금리는 2023년 10월에 고점을 찍은 후 2년 가까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AA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의 경우 2023년 10월31일 4.908%로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7일 현재 2.973%를 기록 중입니다. 이 기간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상당한 차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채권 투자자는 “증권사들은 주식이든 투자상품이든 투자하기에 좋을 때는 외면하다가 고점일 때 뒤늦게 팔고 그것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되는 걸 종종 본다”며 “퇴직연금에 채권 열어주는 것도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금계좌라서 장기채도 부담 없이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에도 제법 많은 선택지를 열어둔 증권사도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IRP 계좌에서 거래 가능한 장내채권 종목에 BBB등급 채권도 포함돼 있습니다. 남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가입자라면 활용할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콘텐트리중앙처럼 BBB등급이 무색하게 연속 적자행진 중인 기업의 채권이 있는 것은 꺼림칙하지만, 원하는 사람에게 선택지를 차단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럼에도 은퇴 준비 자산이란 특성에 맞게 목표수익률을 높이기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IRP 등 퇴직연금 계좌로 채권에 투자할 경우 일반 계좌에서 매매하는 것과는 달리 긴 호흡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기 매매에 치중할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장기채 투자도 접근 가능합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채권이 은행, 보험사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조건부자본증권 등입니다. 발행회사의 신용이 탄탄한 것은 물론 채권의 만기가 길어 채권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투자기간을 줄이고 싶다면 5년 콜옵션(조기상환)이 있는 채권 중에서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연금 계좌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가입자라면 국고채를 후보에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장내에서 거래되는 채권수익률은 3%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감안할 경우 채권가격이 소폭 오를 가능성이 있어 은행예금보다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주 퇴직연금에서 장내채권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홍보한 것과는 달리 아직 거래 가능한 회사채 종목은 없다.(출처=한국투자증권)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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