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TC본더 진출 검토…SK하이닉스 공급망 확대 ‘방긋’
반도체 장비 업계 치열한 경쟁 전망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 ‘각축전’ 예고
SK하닉, 수급 안정화·계약 협상력↑
2025-07-16 17:14:58 2025-07-17 10:30:58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높은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LG전자가 HBM 제조를 위한 핵심 장비인 차세대 열압착(TC) 본더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등 반도체 장비 업계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TC본더 공급망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입장이 향후 더 유리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선 LG전자는 현재 생산기술원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는 일부 조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 고급 인력들을 새로 영입하는 동시에 반도체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현재 HBM에 들어가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엮는 장비인 TC본더의 업그레이드 장비입니다. 기존 TC본더보다 성능이 높아 차세대 HBM 제조를 위한 핵심 장비로 통합니다. D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범프)가 필요 없어져 HBM을 더욱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 TC본더 대비 발열도 줄어듭니다.
 
아직 주류 HBM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사용되지 않지만, HBM의 빠른 발전과 견고한 수요로 조만간 시장은 개화될 예정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은 지난해 52억6000만달러(약 7조2500억원)에서 오는 2033년엔 140억2000만달러(약 19조34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최근 LG전자가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강화하며 체질 전환에 나섰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을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도 올해 초부터 단독으로 공급받던 TC본더의 거래처를 넓혔습니다. HBM 시장이 커지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8년 동안 한미반도체에만 TC본더를 주문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는 TC본더 시장의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에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본더 시장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양강 구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향후 LG전자까지 차세대 HBM 본딩 시장 진출에 가세하면 각축전이 벌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 (사진=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역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선 상황입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285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섰으며 오는 2027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의 TC본더 공급망 진입을 기점으로, 최근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 전담 조직을 꾸리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LG전자의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오는 2028년으로 전해집니다.
 
SK하이닉스의 현재 주류 HBM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SK하이닉스가 얻을 수혜는 당장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호재입니다. 향후 전개될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 개화로 SK하이닉스는 고객사 선택권이 넓어져 장비 수급 체제가 안정화되고, 반도체 장비 업체 간 기술과 가격 경쟁으로 계약 협상력도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독 협력사가 위험한 건 공급망의 문제 발생 시 대처가 안되는 점이 있지만, 경쟁이 없어 기술개발이 정체된다는 측면도 있다”며 “여러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 기술 경쟁력과 제품 개발을 촉진한다는 점이 있고 결국 선택 폭이 넓어진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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