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정부가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총리실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목적으로, 기재부 권한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년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에 시달려온 금융감독원은 이번 기회에 기재부 그림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공운위 '총리실 이관' 검토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 산하 공운위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기재부 조직개편 작업과 맞물려 기재부에서 하고 있는 공운위 운영도 자연스럽게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공운위를 기재부에서 떼어내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특정 경제부처가 아니라 전반적인 부처 업무 평가를 맡고 있는 총리실이 공운위 운영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공운위가 기재부에서 떨어져 나가면 2007년 공공기관운영법이 제정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공공기관 평가 및 관리 기능이 분리되는 셈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공운위가 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도 현재 기재위에서 정무위로 바뀐다"며 "공공기관 선정 및 평가 방식 등을 재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운위의 총리실 이관 검토에 금감원은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재부는 공운위를 통해 매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공운위가 총리실로 이관되고 소관 상임위가 정무위로 바뀔 경우 금감원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는 셈입니다.
정무위는 과거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금감원이 공기관으로 지정되고 기재부 관리로 들어가면 실질적으로 정부가 금융감독업무의 수행 방향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또한 정무위는 금융사들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을 부담금관리기본법상 부담금으로 지정하려는 기획재정위원회에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주 수입원입니다. 감독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지정되면 기재부 장관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정무위나 금융위원회가 그간 금감원의 공기관 지정을 반대한 이유는 경제부처 또는 상임위 간 파워게임 측면이 크다"면서도 "국총리실 소관 국회 상임위가 정무위인 만큼 금융산업적 측면에서 감독기관을 평가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기획재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총리실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반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독립성 강화 '우군' 확보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민간 조직이지만 금감원의 인사·예산은 금융위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정부의 일을 하며 관리·감독을 받는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의 조직인 셈입니다.
또한 금감원은 예산 대부분을 정부 지원액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액은 금감원이 피감 기관으로부터 받는 감독 분담금입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얻는 수입액이 전체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공공기관 지정 가능 대상입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해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기재부는 2018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채용 비리 근절과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 등의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2019년에도 유보 결정을 하면서 상위 직급 감축 문제 해소와 이행 실적 제출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2020년에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감원의 감독 부실, 직원 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지며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또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공기관 지정 논란 반복
지난해 초 기재부 산하 공운위는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 유보 조건을 이행 완료했다고 밝히며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 조직 및 비용 효율화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22년 해외사무소 정비 방안을 마련했으나, 정작 평가 점수가 가장 낮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소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사무소 운영 경비가 정부 지원액으로 대부분 충당되는데, 비용 효율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재지정 검토 문제는 공운위가 부여한 지정 유보 조건의 충족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현재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로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소원 독립 출범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감원의 감독 기능을 키우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체계에서 감독 기능과 권한을 더 부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책임에 맞는 권한이 부여되는 방향으로 금감원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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