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이랑 비슷하죠. 강도만 다를 뿐, 평온한 시기와 비교하면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니…"
미국 정부가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는 8월1일 미국이 예고한 25%의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일단 우리나라 수출의 주축 동력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큰 타격이 우려되는데요.
특히 유통가에서는 식품업계가 이번 관세 부과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식품업은 그간 미국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전파하며 우리 수출을 주도해온 주력 산업 중 하나인 까닭입니다.
특히 주요 식품 기업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비중을 점점 늘리는 추세죠. '불닭볶음면'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에 나선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19년 처음 50%를 넘어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작년에는 전체의 80%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농심, 롯데웰푸드 등도 해외 수요 공략을 천명하며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는데요.
사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해외 진출은 '한류'로 불리는 'K-콘텐츠' 바람에 편승하겠다는 의도가 분명 있습니다. 문화, 뷰티, 식품 등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막강해진 시기에 기업들이 '물 저을 때 노 젓자'는 심리가 발동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면에는 극심한 내수 침체 장기화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및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국내에서의 식품업계 경쟁력은 나날이 저하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식품업계의 근간인 젊은 수요층은 인구 감소로 인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식품업계로서는 자의든 타의든 해외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겁니다. 이 가운데 주력 수출국인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니 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갑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간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던 터라 식품업계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상호관세가 예정대로 25%가 부과되든 협상이 잘돼서 15%로 낮춰지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매한가지죠.
뛰어난 협상을 통해 상황이 나아진다 해도 이는 업계 입장에서 최악을 피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수출 지역 포트폴리오 다각화, 원가 개선, 현지 공장 설립 추진 등의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인데요.
결국 핵심은 콘텐츠입니다. 관세로 높게 매겨진 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글로벌 수요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힘들겠지만 업계가 지금보다 제품 경쟁력을 더욱 높여 어쩌면 진정한 시험대가 될 이번 관세 폭풍을 견디고, 나아가 K-푸드의 열풍을 지속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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