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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7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건설업계가 모두 비상이다.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다. 업계의 긴장을 불러온 것은 따로 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썼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건설면허 취소 검토 지시까지 내리면서 업계는 말 그대로 찬물을 뒤집어쓴 분위기다. 실제 면허 취소 가능성은 낮지만 안전사고 문제를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는 그만큼 단호해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28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38명이 건설 현장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수치는 지난해에 비해 8명 늘어난 수치다. 실제 지난 2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사고로 6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경기 안성의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상판 구조물 붕괴 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 사고가 지속된 여파다.
포스코이앤씨 광명 고속도로 사고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망자 줄이기에 “장관직을 걸라”고 강조했고, 이에 고용노동부는 오는 9월 중 산업재해 감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산업재해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관련 대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또다시 규제 일방 중심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벌써 규제 중심 정책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제한경쟁입찰 사유에 ‘안전부문 자격 제한’을 신설하고, 공공공사 심사 시 ‘중대재해 위반’을 감점 요인으로 추가하는 등 규제를 쏟아냈다.
건설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안전 규제는 이미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짚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후약방문 식 규제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건설업의 가장 고질적 병폐는 하도급 구조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하청을 통해 최저가 공사비를 제시한 업체에 일을 맡기는 구조에서 비용으로 인식되는 안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공사 기간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 안전감독자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조차 최저가 입찰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간에게 안전한 공사 현장을 만들라고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저가 입찰로 공사를 맡겨 놓고, 안전 관련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사를 따낸 업체는 최저가에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공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이 안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안전 책임자 역할을 담당해야 된다는 요구가 나온다.
비단 최저가 입찰제뿐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정부가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하면서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자 공급 부족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공부 없이 안전 관리자가 현장에 투입되면서 주먹구구식 안전 교육이 이뤄진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이뤄지는 안전 점검 자체가 보여주기식 점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전 관리자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전문성 강화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규제 중심,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규제 일변도의 대책은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지치게 하고, 국민의 피로감만 키운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예방이 중요하다. 그래서 처벌 강화에 그치는 규제보다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어느 때보다 산업재해에 민감한 정부인 만큼 관련 대책도 이전 정부와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본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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