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군대 민주주의 교육, 이렇게 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 "군인도 민주주의 소양을", 교육 과정 개발 지시
'국민의 군대=민주 군대', 개념부터 정립해야
독일 연방군, 미군 등 군대 문화 개혁 선례 활용을
장교, 부사관 진급자 보수 교육 등에 전면 적용하도록
2025-09-10 06:00:00 2025-09-10 06:00:00
이재명 대통령은 9월2일 대장 진급자 신고식에서 "군인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정치 집단이 아닌 주권자 국민께 충성하는 군대 내 민주주의 교육 과정을 마련하라"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안 장관은 계엄 내란 사태로 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졌음을 지적하며 장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 군대 재건"을 제시했는데요. 군대 내 민주주의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일과 국민의 군대 재건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대장 진급자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왜냐고요? 국민의 군대는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며 민주주의 원리를 실천하는 민주 군대라는 뜻입니다. 국민의 군대가 아닌 군대는 뭐가 있을까요? 과거 왕정 시절에 왕의 군대는 왕에게 충성하고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았습니다. 장교는 귀족이 맡고 병사는 농노나 용병으로 채웠죠. 나치 독일 시절 군국주의 군대는 국민보다는 권력자에게 충성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 군대는 공산당의 군대이죠. 
 
역사에서는 미국 독립전쟁 때 민병대, 프랑스 대혁명 때 바스티유 감옥을 부순 시민군을 국민의 군대 기원으로 삼는데요. 시민혁명을 통해 세운 민주공화정을 국민 스스로 참여해 지키는 무력 조직이 국민의 군대입니다. 
 
지금 한국군에서 '민주주의 교육=국민의 군대 재건'이 필요해진 이유는 일단 계엄 내란 때문이죠. 아울러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요. 한국 육군에서는 옛 일본제국군대 또는 만주군 출신 인사가 1대~18대 참모총장을 맡았습니다. 옛 일본군대는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천황의 군대였죠. 게다가 상관의 명령은 천황의 명령과 동일하다는 유시를 내렸습니다. 일본제국군대는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기보다는 상관에게 절대 복종하고 인명과 인권을 경시했죠. 이런 전근대적 문화가 창군 이래 육군을 중심으로 한국군에 스며들었습니다. 
 
군사정권을 거쳐 김영삼정부에서부터 문민 시대가 펼쳐졌죠. 여러 정부에서 군대의 조직과 장비를 개혁하는 국방개혁을 했지만, 직업군인 문화와 군대 핵심 가치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거의 손대지 않았습니다. 12·3 불법 계엄에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고위 장성들이 가담했는데요. 고급 장교 집단에 민주주의 소양이 부족함을 드러낸 거죠. 
 
오늘날 한국군 조직에서는 병사보다 장교와 부사관 계층이 걱정거리입니다. 직업군인이 많이 이탈하고 충원하기 어렵습니다. 전문 직업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죠. 지금 군대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직업군인 자부심이 높아질 겁니다. 이게 강한 군대를 만드는 길이죠. 
 
군대 민주주의 교육 과정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첫째, 군대에 민주주의 가치를 내재화한 외국 선례를 폭넓게 검토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뒤 새로 조직한 독일 연방군은 나치 독일 시절 군대가 군국주의 도구로 악용된 역사와 단절했습니다. 대신에 군인은 "제복을 입은 민주시민"이라는 개념을 정립했죠. 군인이 사회와 동떨어진 섬 같은 존재가 아니며, 군인도 시민사회 일원이라는 이야기죠. 그 가치를 꾸준히 교육하고 이행을 관리하기 위해 독일 연방군은 '내적 지휘 센터'라는 전담 기구를 두고 있습니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실패한 뒤 군대 윤리 재건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습니다. 내부 비판과 토론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했죠. 그 결과 국방부 저작물과 교범에 "군대 안에서의 비판은 반역이 아니라 의무이다" "군인은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감추면 안 된다"고 규정하게 됐죠. 미 육군 교리는 "헌법을 위반하는 자에게 충성하면서 헌법에 충성할 수는 없다"며 상관이 아니라 헌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합니다. 
 
둘째, '민주 군대' 개념과 관련이 있는 우리 제도와 정책 현황, 새로운 제안들을 두루 검토해야 합니다. 법령 차원에서 보면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제5조에서 국군의 이념을 '국민의 군대'로 명시했습니다. 국방 법제에서 '국민의 군대' 표현은 여기에 딱 한 차례 등장합니다. 국민의 군대 의미와 이 의미를 국방 운영과 병영 생활에 적용하는 방안은 전혀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군대에 걸맞도록 직업군인이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율성과 창의성, 강한 책임의식을 발휘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해 국방부 장관이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군인복무 기본정책'에 반영하고 군인들에게 교육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군인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제도화하는 입법안을 여러 건 발의했죠. 이런 제안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군, 광복군이 벌인 항일 독립전쟁 역사를 적극적으로 계승해야 합니다. 1919년 3·1운동 뒤 세운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왕정 회복이 아니라 민주공화정을 국체로 선택했습니다. 그 예하에 조직한 독립군과 광복군은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 원리를 실천한 ‘국민의 군대’ 원조였습니다. 그 자산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국군조직법 제1조에 국군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군, 광복군의 역사를 계승하는 국민의 군대"라는 표현을 넣자는 법률 개정안(부승찬 의원 대표 발의)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의사당 앞에서 독일 연방군 신병들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대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 콘텐츠 개발과 함께 교육 방법도 중요한데요. 
 
장교와 부사관은 초군반, 고군반, 각군 대학, 합동군사대학, 부사관학교 등에서 진급자 보수 교육을 받죠. 이 과정에 군대 민주주의 내용을 탑재해주면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아울러 사관학교 교과 과정과 병사를 대상으로 한 정신 전력 교육에도 적절히 반영하면 됩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가 조직에 정착되는 정도를 꾸준히 평가하고 관리하는 체계도 필요합니다. 독일 연방군은 내적 지휘 센터를 두고 있죠. 우리도 방법을 연구해봐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군대 민주주의 교육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며 민주주의 원리를 실천하는 강한 군대를 만들 좋은 기회입니다. 실현 방법을 잘 연구하고 토의하면 좋겠습니다. 
 
■필자 소개/박창식/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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