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이재명정부가 정부광고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중앙부처나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이 관행적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행태를 지적하고 나선 겁니다. 실제 정부가 매년 정책 홍보를 위해 쓰는 광고비는 1조원이 넘고, 약 20%는 종이신문으로 들어갑니다. 이는 전체 광고시장의 추세와 대조적입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종이신문에 투입되는 광고비 비중은 5%입니다. 종이신문 구독자가 감소하는 흐름을 반영한 겁니다. 그럼에도 정부광고가 유달리 종이신문에 많이 실리는 건 광고비를 분배하듯 나눠주면서 언론을 길들여 온 정부에게도 책임이 큽니다. 혈세가 줄줄 세는 겁니다. 특히 정부 보도자료만 베껴서 써도 광고를 주는 관행은 사이비 언론까지 양산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금 당장 '정부광고 개혁'이 필요한 이유와 개혁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양문석 민주당 의원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집행된 정부광고비는 1조3104억원입니다. 종이신문에 투입된 돈은 2430억원에 달합니다. 전체 광고비 비율로 따지면 18.55%나 됩니다. 반면 종이신문을 실제로 읽는 이들은 적습니다. 그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 간 종이신문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 꼴입니다. '주로 뉴스나 시사정보를 얻는 통로'로 종이신문을 꼽은 비율은 3.3% 수준입니다. 종이신문에 담긴 상당수 광고는 독자에 전달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겁니다. 정책 홍보를 위해서 쏟아붓는 정부광고 예산이 줄줄 세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신문 광고비 4년새 174억 ↑…2024년 2430억
정책 홍보를 위한 정부광고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정부광고 집행 결과를 보면,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지출한 광고비는 2019년 9443억1700만원에서 2024년 1조3104억원으로 38.77%(3660억원) 늘었습니다. 종이신문에 들어가는 정부광고비도 2020년 2256억원에서 2024년 2430억원으로 7.71%(174억원) 증가했습니다. 언뜻 보면 종이신문에 대한 정부광고비 증가율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들어가면 '혈세를 붓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부광고비를 쏟고 있습니다.
2024년 종이신문에 대한 정부광고비(2430억원)가 전체 정부광고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55%입니다. 지상파, 종편, 뉴미디어, 포털사이트, 해외매체 등 16개 매체종류를 통틀어 그해 가장 많은 정부광고비가 종이신문으로 들어갔습니다. 2023년도 정부광고비 집행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미디어 트렌드 변화와 그 속도에 역행하는 꼴입니다. 이미 미디어 트렌드는 종이신문에서 방송, 방송에서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뉴미디어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변화 속도도 갈수록 빨리지고 있습니다. 당장 종이신문 이용률은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10년 전인 2014년 종이신문 이용률은 30.7%였지만, 2024년엔 9.6%로 급감했습니다. 10명 중 9명은 일주일가 종이신문을 한 번도 읽은 적 없는 겁니다. 같은 기간 모바일과 PC를 이용한 인터넷 이용률은 69.5%에서 93.5%로 급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광고 대상 매체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때"라며 "광고매체를 시대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성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진=뉴시스)
10명 9명은 유튜브 봐…숏폼 통한 정보 이용 ↑
뉴미디어의 발달로 미디어 수용형태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이용이 크게 늘고, 뉴스·시사를 접하는 통로로까지 활용되는 겁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84.9%였고,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5~6회 이상 뉴미디어를 이용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종이신문을 접한 적 있다'라는 응답이 10명 1명 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부가 종이신문에 광고를 하더라도 원하는 광고 효과를 얻기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매체별 뉴스 이용률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뉴스·시사 정보를 이용했다'는 답변은 2018년 6.7%에서 2024년 18.4%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길이가 짧은 콘텐츠를 뜻하는 '숏폼'을 통해서 뉴스·시사 정보를 이용했다는 답변 역시 2024년엔 11.1%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종이신문 비중은 5.62%
정부광고비의 실태는 전체 광고시장의 흐름과도 대조적입니다. 문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4 광고산업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체 광고매체가 획득한 총 광고수주 금액은 14조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신문매체가 수주한 금액은 7865억원(5.62%)입니다. 10년 전인 2014년 7867억원과 거의 똑같습니다. 같은 기간 뉴미디어의 광고수주 금액은 4조6650억원에서 9조5742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전체 매체가 수주한 금액에서 뉴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율도 43%에서 68%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2024년 종이신문에 243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한 정부가 인터넷뉴스미디어,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등에 지출한 광고비는 3533억원에 그쳤습니다. 시장과 정부의 광고비 집행 기준과 내역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겁니다.
서울시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전경. (사진=뉴시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정부광고가 집행되는 관행 탓이 큽니다. 기본적으로 정부광고비는 정책 홍보를 통해 국민 편익을 증대시키려는 목적을 갖지만, 실제로는 정부와 언론사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정부는 정부광고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막으려고 합니다. 정부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언론사일수록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향이 완화됩니다. 이처럼 정부와 언론사 서로가 '공생'하는 구조 때문에 종이신문에 지급하던 정부광고비는 쉽사리 줄지 않았던 겁니다.
공공기관에서 광고홍보 업무하는 A씨는 "정부광고비는 정부에서 정책을 홍보하라고 책정한 예산이니까 온전히 정책 홍보에만 쓰는 게 맞지만, 사실상 언론사에 대한 지원금 예산이 되고 있다"며 "언론사에선 '기존에 했던 광고비가 있으면 기관의 예산 변동에 상관없이 기존 금액을 맞춰달라'라고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광고 효율성, 주요 메시지 타깃층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광고가 집행되는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광고가 주요 타깃층에게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는 정부광고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찾아서 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일반 기업에서 그렇게 광고하는 경우는 없다"라면서 "광고 균등배분 관습이 (광고) 효율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안 보니까 정부광고를 주지 말자'라는 건 언론사에 대한 게이트키핑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광고도 일종의 캠페인이니까 그 캠페인을 전달하고자 하는 수용자가 누구인지 봐야 한다. 정부광고가 얼마나 적절한 타깃층에 전달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