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6·27 대출 규제에 이어서 9·7 공급 대책으로 집값 안정화 나섰지만 양극화가 심화하며 시장은 양분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규제 이후에도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자금력 있고 자산 이전이 가능한 계층이 시장을 주도해 신고가를 경신하며 수요가 이어지는 반면 중저가 단지에서는 거래가 주춤한 모습입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을 올해 누계로 1.29%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은 4.92%, 수도권은 1.32% 오른 것과 상반된 모습입니다. 특히 대구는 9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3.31%로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달 6·27 대출 규제 이후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집값은 5주 만에 상승 폭이 커지며 상승세가 다시 확대됐는데요. 9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 폭이 0,08%에서 0.09%로 늘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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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동구가 0.2%에서 0.27%로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광진구는 광장·자양동 주요 단지 위주로 0.2% 올랐으며, 마포구는 공덕·상암동 위주로 0.17%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중구 역시 신당·황학동 대단지 위주로 0.16% 올랐습니다. 용산구도 문배·이촌동 위주로 0.14% 상승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대단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오르는 등 서울 전체 상승 폭이 커졌다"며 "마포구의 경우 공덕동과 상암동, 성동구에선 금호동과 옥수동 역세권 위주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방 격차 커…서울서도 중저가 단지는 주춤
시장에서는 성동구와 마포구가 강남3구에 이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같은 규제 지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매수세가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금호동 '금호삼성래미안' 전용면적 59㎡는 지난 1일 12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습니다. 이는 지난달 29일 12억4000만원에 기록한 최고가를 사흘 만에 갈아치운 것인데요. 성동구 '금호자이2차' 전용 59㎡ 역시 지난달 22일 12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며, 다음 날에는 13억9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연이어 신고가를 썼죠. 마포구 대장주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3억~24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다가 이달 2일 24억75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전용 59㎡는 5일 21억2000만원에 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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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신고가 거래 비중이 23.6%에 달했는데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총 3946건의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32건(23.6%)이 신고가로 집계됐습니다. 신고가 거래 비중은 6월 22.9%에서 7월 23.6%로 확대됐습니다.
용산구에서는 문배동 ‘아크로타워’ 전용 84㎡가 6일 15억4000만원, 산천동 ‘리버힐삼성’ 전용 84㎡가 7일 15억 20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강남권에선 지난주 강남구가 대치·개포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15% 상승했습니다.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0.14% 올랐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강화 등 대출 한도 축소 정책은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몰리는 이른바 상급지에는 영향이 미미해, 결과적으로 주택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12억8483만원에서 지난달 14억114만원으로 9.05% 상승한 반면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620만원에서 1억1535만원으로 0.73% 떨어졌습니다.
특히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2억6250만원으로, 1월 27억3666만원 대비 19.21% 올랐습니다. 그러나 하위 20% 평균 가격은 4억947만원에서 4억9298만원으로 0.51% 상승했습니다. 서울의 5분위 배율은 6.6배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입지 좋은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바뀌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주택 보유세를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급 부족 속에서 집값은 연착륙하며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투기 억제와 정비사업을 통한 신속한 공급 확대, 수도권 수요 분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토허구역 지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격을 통제하는 데는 큰 역할을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규제해 양도세를 올리면 매물이 잠기고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 임차인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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