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10 보안 업데이트 지원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윈도우10을 쓰고 있어 보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윈도우11에서만 제공되는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되면서 이전 운영체제(OS) 사용자들이 느끼는 소외감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9월 국내 윈도우10 점유율은 54%로, 윈도우11(44%)을 웃돌았습니다. 출시 4년 차에 접어든 윈도우11이 점유율에서 앞서지 못하는 이유는 전환 부담 때문인데요. 기업은 기존 소프트웨어가 새 OS와 호환되지 않을 경우 별도의 개발·업데이트를 거쳐야 하고, 전사 차원의 직원 교육도 필요합니다. 또한 윈도우11 구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구형 PC는 업그레이드를 적용받지 못해 신제품 교체가 불가피한데요. 국내 한 제조업계 프로그래머는 15일 "사내 핵심 소프트웨어는 윈도우10 환경에서 구동되도록 설계돼 있지만, 보안 업데이트 종료를 앞두고 추가 패치를 진행했다"며 "OS 전환 자체는 무료라 하더라도 윈도우11 맞춤 업데이트와 그에 따른 직원들 추가 교육까지 감안하면 금전적·시간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지난 3월 공기업 입찰 대행 '비드프로'를 통해 '윈도우11 전환을 위한 정보보호시스템 업그레이드'라는 이름의 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이 보안 업데이트 종료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내달 14일 이후 OS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으면 시스템 취약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날 "보안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윈도우11 업그레이드를 최근 진행했다"며 "이전 OS를 유지 중인 PC도 차후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우혁 과학기술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도 지난 4월 "윈도우10 기술 지원 종료에 따라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제로데이'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개인과 기업도 업데이트 등 보안에 유의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AI 기반 기능 '스튜디오 효과'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 측 설명.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여기에 최근 MS가 선보이는 AI 기능 강화 업데이트가 윈도우11에 집중되는 점은 기존 OS 사용자에게 보안 공백 우려에다 소외감까지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MS는 지난 5일 공식 블로그 공지를 통해 음성 입력 교정(Fluid Dictation) 기능이 윈도우11 코파일럿 PC에 추가된다고 밝혔는데요. 음성 입력 교정은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음성을 문법, 구두점에 맞게 텍스트화하고 문맥상 불필요한 단어도 자동 교정하는 기능입니다. 앞서 추가된 스튜디오 효과(Studio Effects)도 AI 기반 영상·음성 보정 기능으로 윈도우11에서만 사용 가능한데요. MS가 윈도우 11을 중심으로 AI 기능 강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윈도우10 사용자는 보안 공백 위험과 AI 활용 환경 소외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MS도 나름의 대응은 하고 있습니다. 보안 업데이트 종료를 앞두고 기업 고객에 유료 '확장 보안 업데이트(ESU)'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량 구매 기업에는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다만 업데이트 기간은 최대 2029년까지인 데다, ESU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방식이라 일반 이용자·중소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윈도우11로 업그레이드하는 선택지만 남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MS 측도 "ESU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보안 업데이트를 제외한 신규 기능, 디자인 변경, 기술 지원 업데이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또한 MS가 윈도우11의 AI 기능 일부를 윈도우10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패치를 진행했지만, 포토 앱의 단순한 AI 편집 기능 추가에 그쳤습니다. 윈도우10 이용자들에게 윈도우11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돼가고 있는 셈입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