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트럼프에게 모두를 충격에 빠뜨라는 답변을 했다.(Mexican President Claudia Sheinbaum Gave Trump a Reply That Left Everyone Shocked)
"당신은 장벽을 세우려 했지만 기억하라. 그 장벽의 반대편에는 70억 인구가 서 있다. 그들은 아이폰을 내려놓고 삼성이나 화웨이를 집어 들 수 있다. 포드와 쉐보레 대신 도요타, 기아, 혼다를 탈 수 있다. 디즈니 대신 라틴아메리카 영화를 볼 수 있고 나이키 대신 멕시코의 파남(Panam) 신발을 신을 수 있다. 이 70억 소비자가 미국 제품 구매를 멈춘다면, 당신이 세운 그 장벽 안에서 미국 경제는 무너질 것이다. 그러면 당신 스스로 와서 '제발 이 장벽을 허물어달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장벽을 원했으니, 이제 장벽을 얻게 될 뿐이다. 세상은 넓고, 미국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 자율의 힘은 강력한 무기이다. 인도 역시 비슷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한국인 파견자 316명과 외국인 14명을 포함한 330명이 전세기로 12일 귀국한, 전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급격하게 확산된 글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사진=뉴시스)
현직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갈'했다는 내용이다.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떤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해당 연설문은 2017년경에 온라인에서 돌기 시작했지만 멕시코 정부 측이나 셰인바움 본인의 공식 계정, 또는 연설 기록 어디에도 이 발언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내용으로, 이미 '팩트 체크'가 돼 있었다. 이미 국제적으로 화제가 된 글이었다는 얘기다. <로이터 통신>은 올해 2월25일(현지시간)자에 '가짜뉴스'라고 확정하는 기사까지 냈다.
올해 2월25일자 로이터 통신 팩트체크 기사. (사진=로이터 통신, 홈페이지 갈무리)
<로이터>가 가짜뉴스라고 팩트체크 기사까지 냈지만…
Fact Check: Sheinbaum did not send message to Trump about 'building a wall'(셰인바움은 트럼프에게 '장벽 건설'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The social communications team of the presidency of Mexico said in a WhatsApp message that Sheinbaum made no such statement"(멕시코 대통령 직속의 소셜 커뮤니케이션 팀은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셰인바움이 그러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라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 기사가 '거짓'이라고 판정한 '셰인바움의 발언 전문'도 한국 SNS에서 화제가 된 글과 문맥은 같았으나 세부 표현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 가짜뉴스의 생산자는 왜 하필 셰인바움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셰인바움은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유대계 '좌파' 대통령이다. 지난해 10월 취임 때 70% 지지를 받았던 그는 트럼프의 '관세 공격'을 선방하면서 올해 초에는 무려 85%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지난 2월 불법 이민에 대한 불만으로 멕시코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을 때 셰인바움은 바로 "굴복하지 않겠다. 보복 관세를 준비하겠다"고 정면으로 맞서는 한편, 마약 밀매 척결과 국경 수비 강화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는 정치력을 보였다. 그러자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면서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표시"라고 했다. 물론 트럼프가 유화책으로 나온 데는 멕시코가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제1수입국이 된 상황도 감안해야겠으나, 셰인바움의 능수능란한 대응도 빼놓을 수 없다.
5월에는 트럼프가 마약 카르텔과 싸우기 위해 미군을 멕시코에 파견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주권은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 군대가 우리 영토 내에 진입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강하게 비판했으나 7월 말에 셰인바움과 통화한 뒤 관세 협상을 90일간 재연장했다. 셰인바움은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몰아치는 트럼프에게 맞서는 전 세계적 상징으로 떠올랐고, 비록 가짜뉴스지만 트럼프에게 일갈하는 '영웅'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유언비어와 가짜뉴스는 사실이 아니지만 그것이 확산되는 사회심리는 주목해야 한다. 진짜 셰인바움이 한 말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트럼프가 세우려는 장벽 너머에 70억이 살고 있다, 트럼프는 일방주의를 중단하라'는 이 외침에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전통적 '반미 무풍지대' 평가 한국…"미국인 영어강사 비자 전수조사" 주장도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조지아에서 우리 노동자들을 체포하면서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채우고, 심지어 온몸에 쇠사슬을 묶어 뒤뚱거리게 하면서 끌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들이 '곰팡이 침대·콩밥에 72명 한방 수용' 상태로 죄수 취급을 당했고, 실제로 죄수복을 입고 머그샷을 찍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이 귀국한 12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약속한) 관세 협상을 수용하든지 25% 관세를 내든지 선택하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3500억달러는 현재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고(4163억달러)의 84%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미국은 한국에 유일한 동맹이다. 타국에 비해 호감도도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3월 '주간조선' 조사에서 호감도 68%로 2위를 차지한 일본(38%)을 압도했고, 5년 전(54%) 같은 조사에 비해서도 14%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8월 <뉴스타파>의 '해방 80년 특집' 대미 인식 조사에서도 51%를 기록해 2위 일본(24%)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반미 무풍지대'로 인식돼왔다. 2002년 미군 장갑차의 두 여중생 압사 사건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졸속 수입 합의 등을 제외하면 대규모 반미 시위도 없었고, 최근에는 더 그렇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던 상황에서 조지아주 사건을 계기로 한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관광비자로 입국해 학원에서 일하는 미국인 영어강사들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까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민주노총과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단체들이 서울 도심과 전국 여러 곳에서 미국 정부를 직접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