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새판짜기)⑤'광고 진흥' 하려면 '언론진흥재단' 개혁 불가피
1999년 설립된 언론재단…신문법 "신문산업 진흥 위한 곳"
정부광고 업무 병행…광고비와 수수료 통해 언론사 지원
임원은 언론인 출신, 광고 인력도 적어…광고 전문성 미흡
전문가들 "언론진흥과 광고대행 업무 분리…기구 신설해야"
2025-09-17 06:00:00 2025-09-17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정부광고 집행을 효율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려면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신문 산업 진흥을 위해 설립된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집행까지 병행하는 한 정부광고비를 가지고 종이신문을 지원하는 관행은 사라지기 어렵다는 겁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비 중 10%를 광고 수수료로 받아 기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데 이 중 상당수는 종이신문 지원 사업에 또다시 투입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정부광고주는 최적의 홍보 효과를 찾는 컨설팅을 바라지만, 언론재단의 인력 규모·구조는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하는 데 역부족입니다. 광고 진흥 기구를 별도로 신설,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앞. (사진=뉴스토마토)
 
언론재단 '광고 대행 기능'에 커지는 의구심
 
언론재단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에 설립 근거를 둔 조직입니다. 신문법 29조는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건전한 발전과 읽기 문화 확산 및 신문 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999년 한국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설립 직후부터 국무총리 훈령과 문화체육관광부 훈령에 따라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위탁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모든 정부광고가 재단을 거쳐 집행돼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광고 효율성과 공익성을 향상시키겠다며 2018년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정부광고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독점하게 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언론재단의 역할도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언론재단이 수주한 정부광고비는 2019년 약 9443억원에서 2024년 1조3104억원으로, 38.77%(3660억원) 증가한 것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언론재단은 광고비의 10%를 대행 수수료로 받는데, 늘어난 광고 대행 업무로 얻은 수익의 상당수는 언론 진흥을 위해 다시 쓰이는 구조입니다. 
 
언론재단 임원이 대부분 언론인 출신으로 구성되고 '신문 진흥'에 방점을 두고 운영됐는데, 어느새 정부광고 대행 업무는 추가로 떠맡게 된 겁니다. 하지만 가파른 정부광고 수주액 증가와 달리 언론재단의 광고 대행 전문성은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통상 광고 대행사라면 광고주를 대신해 시장을 분석하고 광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지만 언론재단의 경우 광고주가 지정하는 신문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일만 하고 있는 겁니다. 
 
언론재단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지난 11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광고주가 요청하는 자료가 있으면 저희가 보유하는 자료에서 다 제공해드리고 있다"면서도 "재단에 활용 자료를 요청하는 기관 수가 적다. 인쇄와 관련된 컨설팅은 없다고 보셔도 무방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2024년 언론재단의 경영실적 보고서'에도 드러납니다. 정부광고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정부광고주가 "재단 미디어플래닝 분야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 존재"한다고 재단에 의견을 낸 겁니다. 광고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최적의 미디어 조합을 결정하고, 예산을 편성,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데 언론재단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2020년 11월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가판대에 미국 대선 관련 기사가 포함된 신문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언론재단 광고 대행 인력 민간 대비 4분의1 수준 
 
현재 언론재단의 조직 구성을 보면 정부광고를 독점 대행할 환경도 되지 못합니다. 현재 언론재단에서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광고본부 인원 70명이 채 안 됩니다. 2024년 광고 수주 금액이 언론재단(1조3104억원)보다 작은 민간기업 인력 구성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입니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발행하는 <ADZ 광고계동향> 2025년 3·4월호에 따르면 대흥기획은 2024년 9747억원의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언론재단보다 약 3300억원 적습니다. 하지만 대흥기획의 2025년 인력은 392명입니다. 언론재단이 외주를 맡기는 카피라이터(C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그래픽디자이너(GD) 인력을 제외해도 309명 수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광고 전문가 A씨는 "민간기업이 이 정도 고용 인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광고 회사에 필요한 최소 인력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언론재단은 유사 규모 민간기업 인력의 4분의1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다 보니 광고 서비스를 높이기는커녕 서류만 받으면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산업 영역을 행정사무로 바꿔놓은 게 언론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라고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언론재단은 인력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적을 받았습니다. 언론재단의 '2024년 경영평가 보고서'는 "정부광고 대행 독점 이슈에 대응할 조직개편으로 전문 인력 충원이 필요하나, 오히려 중·장기 인력 운영 목표는 68명('24년)→57명('29년) 인원 감축 운영 목표임이 확인된다"며 "향후 지속적인 중장기 인력 계획의 모니터링을 통해 정부광고 업무의 단위조직 성과 향상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부광고 업무 담당할 새 광고 진흥 기구 신설해야
 
이희복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언론재단은 정부광고를 대행하는 기관이지만 신문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일각에서는) '종이신문에 너무 많이 광고비를 주고 있다',  '시대적 반영을 하지 못한다', '효율적인 광고 운영이 안 된다', '미디어 믹스가 잘 안 된다'고 비판하지만 언론재단은 신문진흥법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정부광고가 효과적으로 집행되려면 "(정부광고 대행 기관을) 언론진흥재단이 아니라 정부광고진흥원 또는 정부광고진흥재단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언론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임원들을 보면 전직 신문기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안타깝지만 전문 광고인이 정부광고 집행에 참여하거나, 전문 광고 집행 제도가 운영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 전문가 B씨는 "정부광고비 비중이 커지면서 언론재단이 광고 대행 기능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언론재단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담당하다 보니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언론계와 광고업계 전문가는 엄연히 다른 분야 전문가들로 구분된다"며 "언론재단은 언론 진흥을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정부광고 업무는 광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광고 전문가 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진흥의 역할과 광고 대행의 역할을 분리, 광고 진흥을 위한 조직을 신설하자는 겁니다. 
 
박세진 한양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언론진흥재단이 정부 광고 대행으로 받는 수수료뿐 아니라 정부광고주들이 집행하는 예산까지 통틀어 언론 진흥에 활용하는 것이 맞는지 조직적인 문제부터 예산적인 문제까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부터 시작해서 전체 미디어와 컨텐츠, 통신을 재정립하는 연장선상에서 거버넌스 재정립을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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