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전 세계 설립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호황이 지속되는 있는 가운데, 최근 변압기 위주였던 제품 수요가 차단기로도 번지는 모습입니다. 이에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가 전력기기 생산량 확대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의 높아진 차단기 수요의 수혜를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효성중공업의 800kV 초고압차단기 모습. (사진=효성중공업)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변압기와 함께 차단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차단기 시장은 지난해 약 224억달러(약 30조9120억원)에서, 오는 2032년 약 429억달러(약 59조202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초, 차단기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변압기 대비 수요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도심 인근까지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사고 방지 차원에서, 전력 계통의 사고나 이상 전류 발생 시 신속히 전류를 차단해 설비와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핵심 전력기기인 차단기 수요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차단기 수주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핀란드 EPC(설계·조달·시공) 전문 기업과 ‘145킬로볼트(kV) SF6(육불화황)-Free 고압차단기’ 14대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수주는 지난 5월 맺은 스웨덴에서 이어진 유럽 시장에서의 두 번째 계약입니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 최초 독자 개발한 이 고압차단기는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에 달하는 SF6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420kV 수준의 친환경 고압차단기도 내년 상반기 내로 인증 시험에 통과할 계획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독자 개발한 SF6-Free 고압차단기(가스절연개폐장치) 모습. (사진=HD현대일렉트릭)
지난해 차단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한 효성중공업도 지난 7월 미국 대형 전력회사와 2640억원 규모의 초고압 차단기를 주문받은 바 있습니다. 이는 효성중공업이 따낸 역대 초고압 차단기 수주 중 최고액입니다. LS일렉트릭은 미 현지 공장을 통해 차단기 생산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 유타주에 있는 LS일렉트릭의 자회사 MCM엔지어링 공장은 기존 배전반만 생산해왔지만, 올해 부지를 추가 확보해 차단기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미국 생산시설 확대 계획의 일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압차단기 사업이 중동, 미국 등 기존 시장에서 유럽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변압기 수요가 증가에 이어 전력기기 시장의 우호적인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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