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김영섭
KT(030200) 대표의 연임 여부가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비롯해 정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경영성과와 책임을 동시에 검증받게 된 까닭입니다. 당초 실적 성장과 주가 우상향 등으로 연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해킹 문제가 도화선이 돼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13일 통신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올해 국감에서 과장광고 논란, 해킹 사태, 통신 비전문가 중심의 경영실책, 국가융합망 사업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집중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14일 과방위와 정무위, 21일에 다시 과방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행안위도 30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김영섭 대표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입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9월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대규모 해킹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지난달 표면으로 드러난 대규모 해킹 사건은 통신망 보안 부실과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낳으며 국회의 질타 대상이 됐습니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통신 인프라를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관리 책임조차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알짜 자회사인
이니텍(053350)을 헐값 매각하고, 디지털헬스케어, 로봇 등 미래사업을 중단하며 수익성을 중요시한 결과 김영섭 대표가 이끄는 KT는 실적 성장과 주가 경신을 이어갔습니다. KT는 2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썼습니다. 당시 주가는 52주 최고가인 5만9200원까지 올랐습니다. 김영섭 대표의 경영성과 지표로 평가되며 연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해킹을 기점으로 연임은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김영섭 대표가 국회에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의원들 지적에 "지금은 말하기 부적절한 시점"이라며 연임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는데요. KT 안팎에서는 통신기업의 리스크 관리 부재가 드러났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KT가 통신기업이란 본령부터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등 미래사업도 중요하지만, 통신 안정성과 보안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KT가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며 체질 변화를 추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본업인 통신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결과 통신망 해킹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여전히 대한민국 유무선 통신망의 40% 이상을 관리하는 핵심 사업자"라며 "이번 국감을 계기로 기술 신뢰를 회복하고 통신 본연의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2024년 10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 대표의 경영능력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KT 이사회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KT 이사회는 김 대표를 선임할 당시 CEO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정관 개정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기존에는 경영·경제 분야의 전문지식과 관련 학위, 정보통신 분야의 경험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지만, 이를 각각 기업경영 전문성과 산업 전문성으로 완화했습니다. KT안팎에서는 이사회가 비통신 전문가에게 문호를 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과 함께 KT 해킹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에서 만들어진 KT 이사회에서 김영섭 대표를 뽑는데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라며 "KT 대표 선임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사회도 작금의 KT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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