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세기의 이혼’을 바라보며
2025-10-14 15:28:18 2025-10-14 15:56:06
이른바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결말에 이르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1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분할액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 영향은 심대할 수 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이 지배구조 리스크에 직면할 공산이 큰 까닭이다
 
만일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할 경우 최 회장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현금을 4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해 보유한 상당수 주식의 처분이 불가피하다. 주식담보대출 방안도 있지만 최 회장은 주담대를 일반적인 한도까지 받은 상황으로 여력이 없다
 
결국 주식 매각밖에 방안이 없다는 말인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덩치가 큰 것은 SK 주식이다. 최 회장은 SK 주식 12975427(17.90%)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가치로는 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이를 매각해 재산분할액을 메울 수 있지만, 최 회장이 SK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점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확보 차원을 고려할 때, 주식 매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SK그룹은 과거 소버린 사태라는 경영권 탈취 사태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과반(54.9%)7133588(9.84%)가 주담대로 잡혀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주식 29.4%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시장에선 지분 가치를 약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매각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도 있는 세기의 이혼소송의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2심 법원의 경정 사태 등이다. 이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비자금이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메모지와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 갔고, 해당 자금이 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 회장은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비자금 유입을 부인하고 있다
 
만일 대법원이 이러한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SK그룹은 비자금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개인의 가사소송을 넘어 그룹 차원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대통령 재직 당시 조성한 불법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도 있다비자금’ 부분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과 더불어 이번 소송의 최초 원인 제공자가 최 회장인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책임지는 자세도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실추된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 최 회장이 내놓을 특단의 대책을 기대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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