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부당대출 제재 착수…'표적 검사' 불식 관건
2025-10-24 15:01:51 2025-10-24 16:13:3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고와 관련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금감원은 전임 회장이 연루된 대출 사고의 책임을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게 돌리면서 '표적 검사' 의혹을 받은 바 있습니다. 부당 대출 관련 위법 행위와 심사 소홀 혐의가 혼재하는 가운데 관련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기검사 사후 처리 진행 중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관련 제재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기감사에 대한 후속 조치이기도 합니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관련 혐의가 있는 법인과 임직원에게 검사 의견서를 발송했고, 지난달께 소명 의견을 받은 상태입니다. 
 
금감원은 검사의견서에 대한 소명을 바탕으로 제재안을 작성하고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제재심을 열더라도 곧바로 제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금감원 검사 담당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금융사측이 직접 회의에 참석해 소명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 대출 중 법  위반 사항이라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검사 의견서를 발부한 것"이라며 "부당 대출 사고뿐만 아니라 정기검사서 나온 다른 지적들도 많기 때문에 제재 확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및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특혜성 부당 대출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전임 회장이 연루된 부당 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총 2334억원의 부당 대출이 이뤄졌고,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손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의 60% 이상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현 경영진 체제에서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이 제재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 경영진을 겨냥한 '표적검사' 의혹을 불식할지가 관건입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금융·우리은행이 정기검사 대상이 아님에도 검사 일정을 1년가량 앞당겨 진행했습니다. 부당 대출 관련 현장검사와 정기검사 연장기간까지 합치면 최대 6개월간 이례적 장기검사를 벌였습니다. 부당 대출 여파가 일파만파로 커진 영향이지만, 금감원의 칼끝이 우리금융 현 임원진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부당 대출 사고를 적발하고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고 봤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당시 우리은행장이 취임 전 부당 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취임 후에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이미 자체 감사와 자체 징계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고,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거는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수사당국에서도 우리은행의 보고 의무 위반 건을 조사했으나,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관련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정기검사에 대한 사후처리 작업이기도 하다. (사진=뉴시스)
 
위법 행위·심사 소홀 검증 쟁점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 대출 사고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던 보험사 인수·합병(M&A) 관련 적정성까지 들여다봤습니다. 통상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마치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기까진 약 1년이 소요되지만, 이번엔 지난해 12월 정기검사를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평가 결과를 내놨습니다. 
 
금감원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인수하려면 경영실태평가의 종합평가등급 결과는 2등급 이상이어야 하는데, 우리금융은 결국 금융사고 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3등급을 받았습니다. 다만 최종 결정권자인 금융위원회는 내부통제 개선 등을 조건으로 우리금융의 보험사 M&A 인수를 승인했습니다. 
 
금감원이 현장검사가 끝난 사안에 대해 정기검사까지 앞당겨 진행하고, 현직 경영진에도 책임을 전가하면서 우리금융 최고위층을 의도적으로 찍어내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 것입니다. 올해 초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종룡 회장의 임기는 정상적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긴 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기조가 급변했다"며 "윤석열정부가 건재했다면 이복현 원장의 서슬퍼런 기조가 바뀌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 관련 제재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입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부당 대출 사고에서 위법 행위보다는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된 여신이 많으며, 심사 소홀로 인해 부실화할 경우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발표한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 금액에 심사 소홀로 분류되는 대출액까지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있어 실제 위법 행위와 관리 소홀을 가리는 것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 대출 취급 과정에서 서류 조작이나 절차 위반 등이 명백한 것들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라며 "대출 금액 규모나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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