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기억력 3초'라는 통념과 달리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느낀 경험을 장기간 기억하며, 고통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역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맨손 잡기 등 프로그램이 동물에게 고통과 외상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축제 방식을 전환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지난 22일 '해안 지역 축제의 전환을 상상하는 집담회'가 서울 용산구 독립서점 풀무질에서 열렸습니다. 시민단체 '넓적한물살이'가 주최한 이 행사엔 동물해방물결·시민자치문화센터·농촌돌봄연구소 알쏭달쏭 등이 함께했습니다. 이번 집담회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축제를 전환하고, 그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이날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자연이 주제인 축제의 모순적 반생태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김 대표가 소개한 빅토리아 브레이스웨이트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영장류가 아픈 부위의 통증을 완화히기 위해 그 부위를 문지르듯 물고기도 유사한 통증 완화 행동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물고기 입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벌 독이나 산을 주입했더니 물고기가 수조 벽에 입을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다는 겁니다. 식욕을 잃고 호흡도 가빠진 물고기에게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입하니 이상행동이 사라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물고기 장기 기억을 연구한 독일 학자 제그니 트리키(Zegni Triki) 등에 따르면, 물고기는 혐오스러운 경험을 최대 11개월 동안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물에 잡혔다가 풀려난 물고기는 11개월 동안 또다시 그물에 잡히지 않기 위해 평소와 다르게 바다에서 숨는 반응을 보인 겁니다. 포획된 경험이 없는 물고기에게서는 볼 수 없는, '그물에 잡힌 적 있는 물고기'의 독특한 반응인 겁니다. 
 
'환경법과 정책'에 게재된 물고기 복지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저자 함태성은 "종래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이 넓게 받아들여져왔지만, 오늘날은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고 지각력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를 반영하듯 서구 여러 나라에서 동물복지 정책 영역이 물고기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에서 열리는 '2024산천어축제' 낚시터에서 참가자가 방금 잡은 산천어를 집게로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지역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맨손 잡기 등 프로그램이 동물에게 고통과 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축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화천 산천어축제 얼음낚시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을 예로 들면서 "낚싯바늘이 몸 곳곳에 걸려서 나오는 모습, 아가미를 힘겹게 벌리면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 얼음 바닥에 핏자국이 흥건해지는 그런 장면들을 정말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맨손 잡기의 경우 물고기를 잡아 옷에 담아서 나오는데, 내려와서 그냥 바닥에 다 떨어뜨려버린다"며 "너무 아무렇지 않게 그냥 들쳐 올려지고 상처 입고 바닥에 던져진다.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다뤄진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물고기를 '물살이'로 불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살이는 물속 동물을 생명력 있는 존재로 여긴다는 의미를 담은 대안적 표현입니다. 
 
 
김산하 대표는 "고통을 주고 잡고 먹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아니다"라면서 "다른 방식으로 놀 수 있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예술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 있고, 생태 친화적으로 탐방을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고통을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고통을 주는) 행위가 중심이 돼 (고통을) 더 많이, 더 강도 높게, 더 고삐 풀린 방식으로 하는 건 그 자체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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