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이냐 노딜이냐'…시나리오 '넷'
평행선 '관세 협상'…'안보 공조'로 명분 확보 전망
2025-10-28 18:17:12 2025-10-28 18:45:31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협상이 '타결이냐 노딜(no deal)이냐' 갈림길에 섰습니다. 양국이 관세와 안보 의제를 아우르는 패키지 타결을 모색하고 있지만, '안보만 담는 절충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노딜
 
한·미 정상회담이 관세 협상뿐 아니라 안보 협력 내용까지 빠진 '완전한 노딜'로 끝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미국과 팩트시트(fact sheet) 문서 작업을 해왔고, 안보 분야는 대체로 문구들이 상호 조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위 실장은 다만 "지난번 정상회담에서 관세 분야의 문서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안보 분야도 함께 보류됐다"며 "공표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에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한꺼번에 발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별도로 하거나, 양쪽 모두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안보 분야 팩트시트가 사실상 완성됐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발표가 또 미뤄질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합니다. 관세 협상이 틀어지더라도 '동맹 강화' 문구 한 줄로 외교적 성과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한다면 양국이 의도적으로 회담 실패를 연출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합의 사항 미발표' 가능성을 열어둔 위성락 실장의 말처럼, 노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도중 한국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돌발 변수가 생길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관세 협상도 급격히 냉각돼 연내 타결이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결국 안보 공조 발표는 양국 모두에 '빈손 회담' 이미지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안전판이라는 평가입니다. 
 
②패키지딜 
 
표면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은 '안보+관세 패키지 딜' 발표입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 타결을 시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한국 협상력이 약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관세 협상에 걸려 있는 문제들이 너무 심각하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양 교수는 "핵심 쟁점은 '한국이 대미 투자에서 현금 납입 기간을 얼마나 늘려 연간 투자 부담을 줄이느냐'인데, 한쪽이 크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선고가 임박한 만큼, 우리로서는 기다리는 편이 유리하다"고 짚었습니다. 
 
박상기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은 "협상에는 목표가 있으면 시한을 넘겨서라도 지켜야 한다"며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에 맞춰 타결을 시도하는 것은 나이브한 접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부회장은 "미국은 '세 번의 결렬'을 전제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상대방에게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는 협상 전략을 쓰는데, 우리는 한 번 결렬되면 스스로 협상력을 잃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레임덕에 빠지고, 당내 반대파의 묵인 속에 탄핵 정국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은 오히려 데드라인을 넘겨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③안보딜 
 
현재로서는 '안보 딜'이 가장 유력합니다. 양측 모두 "관세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일본·한국 순방의 성과를 극적으로 포장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한국이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습니다. 
 
강 교수는 "한·미 협상에서 현금 투자와 이익 배분 방식 등 핵심 쟁점에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며 "문서화된 합의보다는 일부 내용을 진전된 듯 포장해 발표하는 공동선언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④선MOU 체결
 
관세 협상에서는 우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실무 협상을 통해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서명 절차 자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정상회담 일정이 촉박한 데다,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큰 점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만큼, 정상회담이 노딜로 갈 가능성은 낮다"며 "실제 합의 수준보다 한 단계 추상도를 높여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김 교수는 "실질적으로 양국 실무자들은 MOU 문서화 작업을 준비해 왔을 테고, 대통령 승인만 떨어지면 바로 발표 가능할 것"이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현금 투자액을 2000억달러까지 낮추는 등 이미 큰 양보를 한 상태"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푼 들이지 않고 돈 뜯어 가는데, 트럼프에게는 한국이 1년에 200억달러를 내나 250억달러를 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 성과보다 '내 리더십으로 딜을 이끌어냈다'는 이미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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