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진통 끝에 세부 사항에 협의했지만,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일단 시장은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조건을 두고 한국에 '불리한 타결'로 끝나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향후 진행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미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2000억달러는 현금으로 집행되며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달러로 설정했지만, 외환시장의 '민감성'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정부는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또한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이 관세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한 가운데, 양국은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 품목에 대해 기존 15%의 관세율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수출 전선의 먹구름도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널뛰는 환율…대외 변수에 불확실성 지속 전망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내린 1432.3원으로 출발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6.0원 내린 1431.7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환율은 이날 오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협상 관련 합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전날보다 하락 출발했습니다. 여기에 오는 30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갈등 낙관론도 반영되면서 1430원대 초반 수준에서 횡보를 거듭하다가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문제는 관세 협상의 9부 능선은 넘었지만,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는 점입니다. 한·미 정상이 세부 사항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향후 진행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에 외환시장의 불안감도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환율 변동성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 주요국의 정치적 이슈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추석 직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대를 돌파한 후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142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대미 투자 불확실성에 따른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 영향이 컸는데, 연휴 기간 달러 강세 요인을 한 번에 소화하면서 20원 이상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미 관세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1430원대를 뚫었고, 미·중 무역 갈등까지 재점화하면서 1440원대마저 뚫었습니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13일 1년6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습니다.
환율 상승은 당장 원자재 가격 등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물가 불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가계의 실질구매력도 감소,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제 전반으로까지 충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환율 상승을 바라보는 시장과 정부의 불안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 협상 '고비' 넘겼지만…업계 '공급만 다변화' 고민
더불어 한·미 관세 협상 합의로 자동차·부품 관세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수출 전선의 먹구름은 걷힌 게 아닙니다. 이미 대미 수출 감소는 가시화한 가운데, 관세 타격으로 인한 수출 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불안감은 한풀 완화됐지만, 그간 진행된 관세 협상의 지연으로 완성차 기업의 재무건전성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예상입니다.
실제 관세청의 '2025년 10월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나 줄었습니다. 긴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산업통상부의 '2025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감소한 2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수출 타격이 나타난 자동차 등 대미 수출이 한·미 관세 협상에도 당분간 빠른 회복을 이뤄내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 대다수입니다. 특히 그간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단기적 실적 악화를 넘어 특정 국가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를 여실히 보여줬기에 업계의 고민은 짙습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탈 북미 집중' 전략과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부 기업은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공급망을 확대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엿보입니다.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예측하기 어려운 통상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회복탄력성이 높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커진 가운데, 29일 서울 명동 환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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