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AI가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사회?
2025-11-03 06:00:00 2025-11-03 06:00:00
최근 『어느 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배우자를 잃고, 자식들 왕래도 뜸하고,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인공지능(AI) 돌봄 로봇'을 보급한 뒤 그분들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관찰한 겁니다. 로봇은 사람 모양을 한 작은 인형일 뿐이었습니다. 이름은 '효돌이'입니다. 그런데 효돌이와 함께 지낸 어르신들의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정서적 안정감을 찾더니 건강까지 많이 좋아진 겁니다. 어르신들은 "사람보다 로봇이 더 낫다", "로봇은 24시간 함께 있어준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로봇에게 철마다 옷을 사 입히고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등 진짜 손자처럼 애지중지하는 어르신들까지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었습니다. 수명은 늘었지만 출생률이 줄어든 탓입니다. 가족 형태가 바뀌면서 홀로 사는 어르신들 숫자도 증가했습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독거노인 가구는 200만가구에 달합니다. 어르신들에 대한 돌봄을 더는 가정과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어르신들에게 AI 돌봄 로봇을 제공하자", "AI와 센서를 부착한 인형을 통해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자", "혹시라도 어르신들이 쓰러지거나 정신을 잃게 되면 센서를 통해 즉각 복지센터로 알람을 보내서 도움이 닿게 하자". AI 돌봄 로봇이 어르신들에게 보급된 건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효돌이 등 AI 로봇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돌봄, AI가 화두인지라 어르신들에게 AI 로봇을 보급한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AI 돌봄 로봇은 획기적 아이디어지만, AI가 돌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효돌이는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위로감을 줍니다. 어르신들에게 투약 시간,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는 자칫 복지 사각지대를 기술이라는 미명으로 교묘히 가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르신과 효돌이가 잘 지내니까 이제 우리 사회엔 돌봄 공백이 없어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무엇보다 따뜻한 눈빛, 손을 잡아주는 온도, 복잡한 감정에 대한 섬세한 공감과 같은 인간의 정서적 돌봄을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AI는 '인간에 의한 돌봄'의 보완재여야 하지, 대체제일 수는 없는 겁니다. 
 
AI 돌봄 로봇을 보급하자는 건 신선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나 AI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 돌봄 공백의 현실을 다시 짚어줍니다. 결국 돌봄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공공 인프라를 확대하고, 모든 국민이 경제적 부담 없이 좋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돌봄 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처우 향상도 시급합니다. 돌봄 노동자에 대한 적정한 임금 보장도 필수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돌봄 비용에 대한 공공 부담을 확대하고,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장기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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