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조선)②미국으로 확장하는 한화오션 스마트 야드
신규 구축 필리조선소, 스마트 실증 최적지
2025-11-13 15:25:15 2025-11-13 18:03:4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가 한국형 스마트 야드의 첫 해외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노후화로 경쟁력을 잃은 미국 조선업이 디지털 전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운데, 거제에서 완성된 한화오션의 자동화·AI·품질 관리 기술은 미국 조선업이 필요로 하는 스마트 생산 기반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제도·노사 협의 등으로 디지털 전환 고도화가 단기간에 어려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규 설비를 처음부터 스마트 기준으로 새롭게 구축할 수 있어 필리조선소가 최적의 ‘테스트베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화 필리조선소에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디지털 전환, 미 조선 재건 필수 조건”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은 상업 선박 시장 점유율이 세계 0.1% 수준에 머물 만큼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인력 부족과 노후 설비가 누적되며 생산력은 급감했고, 민수 조선소는 사실상 공백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국 조선업 재활성화’ 보고서에서 “도크 확충만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자율운항·대체연료·스마트항만을 포함한 디지털 생태계 전환을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조선업 경쟁력이 ‘철을 얼마나 빨리 잇느냐’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로 이동했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미 해군은 지난해 295척 수준인 함정을 2054년까지 360척 이상으로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연간 건조 능력은 약 5척 수준에 불과합니다. 연평균 최소 12척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부족분 7척을 모두 미국 내에서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은 자위대 수요만으로도 생산 여력이 빠듯해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은 제도 규제와 노사 협의 등의 요인으로 스마트화 속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반면 미국은 신규 설비 구축 과정에서 모든 장비와 시스템을 처음부터 스마트 기준으로 설계할 수 있어, 한국형 스마트 모델을 처음부터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됩니다.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용접로봇.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한국이 보유한 자동화·시스템 역량을 미국 생산 체계에 직접 이식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신조 공정과 장비 설치(Outfitting) 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스마트화 후 생산성 변화는 즉시 나타날 것”이라며 “연 1척 생산하던 조선소가 3척을 건조하게 된다면 임금과 성과가 함께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기술 효과를 ‘미국 사례’로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에 총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를 투입해 자동화 설비, 디지털 트윈, 품질 관리 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척에서 최대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이 고도화될 경우, 미국이 필요로 하는 8000톤급 잠수함과 같은 대형 방산 선박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미국 조선 인프라와 방산 생산 구조를 재편할 잠재력으로 평가됩니다. 
 
MRO 겨냥한 특수선 명가의 스마트화 
 
한화오션이 미국 적용을 추진 중인 스마트 조선 모델은 이미 거제에서 완성된 체계입니다. 설계·생산·품질·안전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해 공정 지연과 자재 불일치 문제를 최소화해 전체 효율을 끌어올렸습니다. AI는 생산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오차를 자동 보정하며, 품질 이력은 모든 공정에 걸쳐 축적됩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운영 기술 기반의 디지털 생산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한화오션의 대표 기술인 AI 드론 흘수(선체가 물에 잠긴 깊이) 계측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보트를 타고 선박 주변 여섯 지점을 이동하며 약 2시간 동안 흘수를 측정해야 했지만, 이 시스템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AI가 분석해 흘수·무게 변화·선체 뒤틀림까지 실시간으로 산출합니다. 작업은 1명이 30분 이내로 수행할 수 있어 안전성과 효율이 크게 향상됐으며, 100회 이상 실험을 통해 ±1cm 수준의 정확도도 확인됐습니다. 한국선급(KR)으로부터 타당성 검증을 받았고 국내를 포함해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해외 특허도 완료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올해 안에 실선 적용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드론 활용 선박 흘수 계측 시스템. (사진=한화오션)
 
스마트 기술은 특수선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준공된 특수선 제4공장은 AI 기반 설비·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통해 탄소중립형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됐으며, 배관 절단·절곡 등 정밀 공정을 자동화하는 배관 제작 시스템도 적용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기술적 고도화를 바탕으로 스마트 야드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체 공정 자동화율 70% 이상, 품질·안전·환경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형 조선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동화 역시 인력 대체가 아니라 품질 신뢰성과 작업 안전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모든 공정은 디지털 워크플로우로 기록돼 납품 이후 유지보수정비(MRO) 단계까지 이어집니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 담당 상무는 “미국은 함정 MRO 분야에서 자동화 설비가 거의 없지만 전 세계 MRO시장 자체가 영세하고 자동화가 뒤처져 있어 지금부터라도 표준을 만들 기회가 있다”며 “한화오션은 MRO에 특화된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국 해군과 협업해 중복 투자를 줄여 빠르게 효과적인 솔루션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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