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대표 성단으로 꼽히는 ‘일곱 자매(Seven Sisters)’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star cluster)이 사실은 수천 개 별이 뭉친 거대한 은하 구조의 일부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플레이아데스는 과학뿐 아니라 문화적 상징성도 큰 성단입니다. 구약성서 욥기와 탈무드, 일본 스바루 자동차 로고, 뉴질랜드의 새해 명절 마타리키(Matariki) 등 인류 역사와 삶에서 ‘일곱 자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UNC) 연구진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관측자료를 분석해, 플레이아데스 성단 주변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잃어버린 형제자매’ 별 수천 개가 넓게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 초대형 구조를 ‘확장 플레이아데스 복합체(Greater Pleiades Complex)’로 명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성단보다 약 20배 더 큰 규모입니다.
우리 리스트에 있는 모든 별이 육안으로 관측 가능할 경우 밤하늘에 나타날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전체 범위. 플레이아데스 성단에서 가장 밝은 일곱 별(일곱 자매)은 녹색으로 표시되었으며, 우리 리스트의 별들은 흰색으로 표시되었다. 북두칠성, 오리온자리, 황소자리가 파란색으로 중첩 표시되어 있다. (사진=The Astrophysical Journal)
새로 드러난 ‘은하계의 대가족’
플레이아데스는 겨울철 하늘에서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대표적인 젊은 성단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보아온 일곱 자매는 사실 거대한 성군의 ‘밝은 중심부’에 불과했습니다. UNC-채플힐 물리천문학 대학원생이자 연구의 제1저자인 앤드루 보일(Andrew Boyle)은 “일곱 자매는 실은 수천 개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족의 중심부였다. 하늘 전체에 흩어진 형제자매들을 이제야 우리가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NASA의 외계행성 탐사위성 TESS가 측정한 별의 ‘회전 속도’와, ESA의 우주망원경 Gaia가 제공한 위치·운동 정보를 결합했습니다. 태양을 포함한 대부분의 별들은 집단 내에서 형성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집단들은 점차 흩어지며, 함께 태어난 별들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천문학자들은 별의 회전을 '우주 시계'로 활용할 수 있는데, 젊은 별들은 빠르게 회전하고 오래된 별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회전 주기’는 별의 나이와 기원을 추적하는 핵심 지표로 쓰입니다. 보일은 “해산 중인 성군은 쉽게 흩어져 남은 구성원을 찾기 어려운데, 이번에 회전 속도를 이용하면서 ‘보이지 않던 혈연 관계’를 거의 처음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플레이아데스는 지금까지 ‘젊은 별 연구의 기준’, ‘외계행성 대기 연구 모델’, ‘별의 진화를 비교하는 표준 샘플’ 등으로 널리 활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플레이아데스는 ‘작은 성단’이 아니라 광대한 성군의 중심부라는 새로운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인 UNC-채플힐 앤드루 만(Andrew W. Mann) 교수는 “우리는 태양 근처의 많은 별들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거대하게 확장된 항성 가족의 일부임을 깨닫고 있다”며 “우리의 연구는 이러한 숨겨진 관계를 밝혀내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7년 NASA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일곱 자매’ 별들로 널리 알려진 플레이아데스 성단. (사진=NASA/JPL-Caltech)
대부분의 별은 성군에서 태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하 전체로 흩어집니다. 연구진은 이번 방법을 적용하면 태양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같은 ‘혈연 별’이 있었는지 파악할 길도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보일은 “별의 회전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기존 방법으로는 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흩어진 별 집단들을 식별할 수 있어 우리 은하계의 숨겨진 구조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천문학계에서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단순한 성군 확인이 아니라, NASA의 TESS(회전 주기)와 ESA의 Gaia(정밀 위치·운동) 데이터를 결합해 은하 구조를 재지도화(remapping)했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연구방법을 적용하면 여러 성단의 ‘숨겨진 확장판’ 발굴이 가능하고, 특히 해체 중에 있는 성군의 전체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성군 발견은 은하계 주변부 별 형성사를 재구성해서 은하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은하 구조가 별들의 느슨한 대규모 가족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2일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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