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공복 운동이 더 잘 빠진다?
대사 건강엔 공복 운동, 근력 발달엔 식후 운동
‘언제’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핵심
2025-11-19 11:08:40 2025-11-19 14:56:07
아침 공복에 러닝머신 위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해야 지방이 잘 탄다”는 말은 건강 커뮤니티에서 오래된 신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공복 운동의 ‘효과’에 대한 학계의 분석은 냉정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복 운동이 지방을 더 많이 쓰는 것은 맞지만, 실제 체지방 감량 효과는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7일 영국 바스대(Bath University) 하비에르 곤잘레스(Javier Gonzalez) 교수의 관련 분석을 소개하며 “공복 운동의 이점은 존재하지만 ‘약간(modest)’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사 조절을 목적으로 하면 공복 운동이 좋고, 근력을 키우고 고강도 운동 효과를 노리면 식후 운동이 더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처에서 시민들이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러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체지방 감량엔 큰 차이 없다 
 
많은 사람이 ‘운동 중 지방을 많이 태우는 것 = 살이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의 대사 시스템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곤잘레스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공복 상태라면 운동할 때 탄수화물(글리코겐)보다 지방을 더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장기적인 체지방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운동생리학자 브래드 쇼엔펠드(Schoenfeld) 연구팀은 2014년 공복 운동과 식후 운동의 감량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 “총 섭취 칼로리와 총 소모 칼로리가 같다면, 어떤 상태에서 운동하든 체지방 감량은 동일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핵심은 공복 여부가 아니라 “소모량이 섭취량보다 많게 하는 총 에너지 적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복 운동은 전혀 의미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복 운동은 대사 건강, 특히 혈당 조절에서는 분명한 장점을 가집니다. 
 
곤잘레스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2019년 10월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논문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남성을 대상으로 6주간 공복 운동 그룹과 식후 운동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 체중이나 체지방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복 운동 그룹에서만 인슐린 민감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는 공복 운동이 특히 과체중인 사람들의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곤잘레스 교수는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근육이 혈액 속 포도당을 더 효율적으로 끌어다 쓴다”며 “반복되면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줄이고,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런 효과는 과체중이나 비만,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 위험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또 저강도 조깅이나 걷기, 사이클링 같은 지구력 운동에서 효과가 가장 뚜렷하고, 반대로 고강도 운동에서는 탄수화물 사용이 우세해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운동의 목적이 수행 능력, 즉 퍼포먼스를 목표로 하거나 고강도 운동이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공복 운동이 더 불리합니다. 우선 아침 공복 상태에서는 근육과 간의 글리코겐이 낮아, 고강도 훈련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스프린트나 무거운 근력 운동, 장거리 러닝에서는 충분한 탄수화물이 있어야 최대 퍼포먼스가 나옵니다. 관련 의학 연구에서도 식후 운동이 근력 발달, 운동 강도 유지, 총 운동량 증가에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동 퍼포먼스를 최대로 이끌어내고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 전에 적절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게 더 좋습니다.
 
공복 운동이든 식후 운동이든 체지방 감량 효과는 거의 같다. (이미지=Chat GPT)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 자체’ 
 
곤잘레스 교수는 “공복 운동이 약간의 대사적 이점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라며 “공복이냐 식후냐는 케이크 위의 장식 같은 역할”이라고 강조합니다.
 
공복 운동에서 어지러움이나 저혈당 증상을 느낀다면 억지로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소량의 탄수화물이라도 섭취하면 운동 강도가 크게 나아집니다. 반대로 아침 공복 운동이 몸에 잘 맞고, 기분이 상쾌하다면 그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특히 혈당 조절을 목표로 한다면 공복 운동은 여전히 강력한 선택지입니다.
 
공복 운동이냐, 식후 운동이냐의 선택은 목적에 따라 정하면 됩니다. 대사 건강 개선이 목표라면 공복 운동, 고강도·근력 운동을 추구한다면 식후 운동, 체지방 감량이 목표라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운동의 방식이 아니라,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느냐’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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