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지난 5개월 동안 김건희특검은 방대한 수사량에 허덕였습니다. 활동 종료를 한 달 남기고선 결국 '기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에 '올인'하는 모양새입니다.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매관매직 의혹 등이 대표적인 '기소 가능한 건'로 꼽힙니다.
김건희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범위는 1호부터 16호까지 총 16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우리기술 등 상장회사 및 비상장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의혹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김건희씨가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혹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의혹 △김건희와 그 일가,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개입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불법 개입 및 창원 산단 개입 의혹 △김건희씨의 선거개입 의혹 △불법 여론조사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한 의혹 △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의혹 △대통령 및 대통령실의 자원을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 의혹 △20대 대선 불법 선거운동 의혹 △직권을 남용하는 등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의혹 △1호부터 13호까지 사건 중 수사 방해 의혹△1호부터 15호까지 인지된 관련범죄 중 수사 방해 의혹 등입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김건희씨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6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 마련된 김건희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등 주가조작 및 부당이득 취득 의혹
특검은 지난 8월29일 김건희씨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했습니다. 특검은 아울러 10월25일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이준수씨를 불러 김건희씨와의 공모 관계 및 시세조종 가담 정도를 집중 추궁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1차 주포이자 김건희씨의 증권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검은 이씨 수사를 토대로 김건희씨가 당시 작전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판단, 혐의 입증에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윤석열씨 부부가 연관됐을 걸로 의심됐던, 특검의 '1호' 사건이었습니다. 특검은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의 도주를 도운 구세현 전 웰바이오텍 대표를 지난달 29일 구속하고, 지난 20일엔 이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3명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근까지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과 윤씨 부부 연관성을 뚜렷하게 밝혀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했다는 의혹도 특검 초기에 반짝 주목됐지만, 실체가 뚜렷이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김건희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184억원을 투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기업들의 투자와 김건희씨의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품 가방·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 수수 의혹
고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물증이 확보된 터라 추가 기소가 가장 유력합니다. 특히 김건희씨 일가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고가 명품 등을 발견했습니다. 특검은 이후 인지수사로 전환, 매관매직 의혹으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이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 인사 청탁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선물 △김상민 전 부장검사 선물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 인사·이권 청탁 의혹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특검은 12월 초 대면 조사를 위해 김건희씨를 소환해 고가 귀품 수수 의혹을 집중 추궁할 걸로 예상됩니다. 특히 청탁금지법은 선물의 대가성과 무관하게 '직무 관련성'만 인정되면 혐의 구성이 가능합니다.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부당 개입 의혹
특검은 지난 6일 '대통령 관저이전 의혹 사건' 관련해 김건희씨 자택인 아크로비스타, 21그램 사무실 등 관련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21그램은 관저 공사 업체로 선정된 경위 등과 관련해 부실 감사 논란도 제기된 바 있어서 지난 21일엔 특검이 감사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
특검 출범의 도화선이 된 '명태균 게이트'의 경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핵심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수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검법 수사대상 중 명씨가 연루된 의혹들은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주요 선거들에 대해 불법여론조사, 공천 개입, 대우조선 파업·창원 국가산단 기밀누출 등입니다. 이들 중 특검이 손을 댄 건 김건희씨를 정치자금법으로 기소했던 2022년 대선 건입니다. 지난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윤씨과 함께 명씨로부터 2억7440만원에 해당하는 여론조사 58건을 제공받고,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명씨가 돕고 있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에 공천받도록 한 혐의입니다.
특검은 명태균 게이트 중 하나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관련해서도 수사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특검은 지난 2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 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를 잇달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키도 했습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등 국정 부당 개입 의혹
해당 의혹은 채해병특검과 수사 범위가 겹치는 관계로, 채해병특검에서 주도하고 김건희특검은 공조 수준으로 진행키로 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부당 개입 의혹
양평 관련 의혹도 기소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검은 26일 양평 공흥지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양평 공흥지구 의혹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김건희씨 일가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양평군 공흥리 일대에서 개발부담금 면제 등 각종 특혜를 받고, 도시 개발 사업을 벌였다는 내용입니다. 김 의원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양평군수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해당 특혜를 허가한 윗선으로 꼽힙니다. 특검은 27일엔 김건희씨 오빠 김진우씨를 재소환합니다. 김진우씨는 이에스아이엔디의 대표입니다.
다만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아직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까지 수사선이 닿지 못했습니다. 김진우씨 역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됐습니다. 이에 원만히 기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검은 26일에도 경동엔지니어링, 동해종합기술공사, 양평군청 도로 담당 관련자들을 불러 수사하고 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 인사 개입 의혹 등
특검 수사로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 유착관계가 발굴되고, 여기에 윤씨 부부 등이 연루된 의혹까지 나오면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이 구속기소 된 사건입니다. 특히 특검은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과 통일교의 연루 의혹을 포착, 5선 중진인 권성동 의원까지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검 역시 김건희씨에게 알선수재 혐의, 정당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김건희씨 자택 압수수색 중 김기현 의원 부인이 건넨 로저비비에 가방 건도 더해졌습니다. 지난 7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씨의 공소장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인을 집단 입당시켜 김 의원을 당 대표로 밀었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김 의원 부인은 김 의원이 지난 2023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되자 그에 대한 대가로 건넨 것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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