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이보라 기자] 이찬진 금감원장은 1일 삼성생명 '일탈 회계' 논란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금융사의 보안 시스템 투자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규제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의향을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사고 대응 및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삼성생명 회계 논란과 관련해 "빠르면 12월 말, 늦어도 1월에 정리될 것"이라며 "금융위와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정상적인 국제회계기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며 "혼란 방지를 위해 2025년 회계 결산에는 (이번 방침)이 반영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말했습니다.
"보안 뚫리면 회사 망한다 인식해야"
특히 이 원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보안 시스템 투자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금융권 보안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앞서 쿠팡에서 발생한 3370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해킹에 이어 최근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해킹으로 회원 자산 445억원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 8월 회원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1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보안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이 부분을 전면 보완하는 법률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와 제재 체계가 전면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보안이 뚫리면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란 걸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보안이 생존을 위한 것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해선 금감원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ELS 역대급 제재 "상징적"
그는 은행권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등을 사전 통지한 것과 관련해 "첫 리딩 케이스"라고 평가하면서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금융당국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에 약 2조원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지하며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원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합병 공식화로 '핀테크 공룡'이 등장하는 데 대해선 "내년 2∼3월에 증권신고서가 들어올 텐데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을 챙기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원장은 조직 개편 및 인사와 관련해 내년 1월10일을 전후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임원·부서장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신설된 조직도 있고 새로운 국정 과제가 부여된 영역도 있어 이런 사안을 전반적으로 반영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보총괄본부 신설 등 조직개편 예고
이 원장은 시중은행의 대출 절벽 우려에 대해 "올 연말 시중은행 상당수가 대출 한도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부분이 확인됐다"며 "대출과 관련된 충격이나 절벽이 발생할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내세워온 가운데 이달 중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도 나설 뜻임을 밝혔습니다. 새 조직 개편안은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를 별도로 두고, 은행·보험·금융투자 등 권역별 본부에서 상품 설계부터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권한 확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금감원 내 특사경은 강제 조사권이나 인지 수사권 등이 없다"며 "이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에 나설 때 2주 이상 걸리며 그 사이에 증거가 인멸되는 문제 등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이번에 민생 금융범죄 특사경이 설립되더라도 이 같은 이유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매우 안타까워하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해외투자 관련 증권사 실태 점검
금감원은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 및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실시합니다. 원·달러 환율 급등 배경 중 하나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가 지목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원장은 "직접적으로 해외 주식투자를 규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환 리스크에 노출됐을때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증권사가 위험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은 앞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대상 종합투자사업자(종투사)의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 심사 초기 금융위에 심사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관해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 정책과 제재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모회사 관련 이슈로 제재 대상 가능성이 높아보여, 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됐는데, 이는 원칙과 관련된 것이지 (발행어음) 정책적인 것들에서 장애가 발생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MBK파트너스에 대해 직무정지가 포함된 사전 조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사실상 영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불건전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등이 제재 배경으로 꼽힙니다. 과도한 징계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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