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업계 첫 '10조 클럽' 금자탑…정비사업 양극화 심화
올해 강남3구 단지 모두 대형사 시공…대형사 컨소시엄도 증가
2025-12-01 15:12:03 2025-12-01 16:1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업계 최초로 연간 수주액 10조원을 돌파하며 '10조 클럽'이라는 새 역사를 썼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핵심 입지를 휩쓰는 사이 중견 건설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밀려나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9일 열린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약 90%의 득표율로 시공권을 확보했습니다. 장위15구역은 장위뉴타운 내 최대 규모로 예정 공사비만 1조4660억원에 달합니다. 이번 수주로 올해 누적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0조5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현대건설이 2022년 세운 종전 최고 기록(9조3395억원)을 1조원 이상 경신한 것입니다. 단일 건설사 기준 도시정비사업에서 연간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대건설은 이로써 2019년부터 7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자리를 지키며 △업계 첫 연간 10조원 수주 돌파 △연간 최고 수주 기록 경신 △7년 연속(2019~2025) 수주 1위라는 ‘도시정비 수주 3관왕’ 타이틀도 거머쥐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올해만 11개 사업지를 수주했으며, 특히 2조7489억원 규모의 서울 압구정2구역 재건축을 비롯해 개포주공6·7단지(1조5138억원), 구리 수택동 재개발(1조9648억원), 장위15구역 등 조 단위 대형 프로젝트를 컨소시엄 없이 단독 수주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부산 연산5구역(7657억원), 전주 전라중교일원구역(7332억원) 등 지방 대도시 핵심 사업지까지 확보하며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구축했습니다.
 
연도별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건설사를 살펴보면, 2015년 GS건설(8조180억원), 201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 3조3848억원), 2017년 현대건설(4조6467억원),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2조383억원)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후 현대건설이 2019년(2조8322억원)부터 올해까지 독주 체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올해 약 9조2600억원의 수주고를 쌓으며 현대건설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1조1945억원), 여의도 대교 재건축(7987억원) 등 굵직한 사업을 연달아 따냈습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5조3601억원), GS건설(5조1440억원), HDC현대산업개발(3조7874억원) 순입니다.
 
올해 국내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총 수주액은 약 50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지난해(27조870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입니다. 서울 핵심 지역에서 대규모 재건축 물량이 쏟아진 결과입니다.

중견사 입지 좁아져…청약 시장서도 양극화 '뚜렷'
 
대형 건설사들이 핵심 사업지를 휩쓸면서 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디에이치', '아크로', '르엘' 등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중견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중 절반 이상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합장 선출 과정에서도 유력 건설사 유치 역량이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잠실 주변 아파트 단지와 재건축 아파트 현장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입주를 완료했거나 예정된 단지 중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 건설사가 맡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서울 전역에서도 중견사 시공 단지는 은평구, 영등포구, 구로구 등 외곽 지역 4곳에 불과했습니다. 청약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합니다. 올해 전국 청약자 수 상위 10개 단지 중 8곳이 10대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였으며, 송파구 '잠실르엘'은 6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중견사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신공영이 금천구 시흥1동 모아타운을, 호반건설이 양천구 신월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대형사와 브랜드 인지도, 자금력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데다 입찰보증금마저 100억원을 넘기면서 애초에 입찰 참여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전략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증산4구역에서 손을 잡았고, SK에코플랜트와 현대건설이 면목7구역에서 협력한 것이 대표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대형사와 중견사가 연합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조합들이 사업비 조달의 확실성이 보장된 대형사 컨소시엄을 선호하면서 중견사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 일부 건설사는 아예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등 비주택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며, 올해 도시정비 수주액은 98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올해 대규모 물량이 집중 발주되면서 신규 사업지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 착공 부진에 따른 건축·주택 부문 매출 감소로 내년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액이 대체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공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자금 동원력이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대형 건설사 중심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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