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핵추진잠수함사업단, 왜 대통령실 직속이어야 하나
2025-12-01 06:00:00 2025-12-01 06:00:00
3600톤급 한국형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안보의 결정적 분기점에 서 있다. 북한은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전 배치 단계로 끌어올렸고, 중국과 일본은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전략 해군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K-SSN)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나 검토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그러나 핵잠 확보의 길은 조선 능력이나 해군의 운용 구상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무기 도입 사업이 아니다. 국제법과 비확산 체제, 핵연료 주기 구축, 외교 전략, 핵안전 규제, 산업 생태계 조성, 부처 간 업무 통합, 그리고 수조~수십조 원 규모의 예산 구조까지, 국가 역량의 총합이 요구되는 초대형 복합 프로젝트다.
 
이 같은 성격을 고려하면 핵추진잠수함사업단은 국방부나 해군 조직의 하부 구조로 두어서는 절대로 추진될 수 없으며, 반드시 대통령실 직속 국가전략사업단으로 설치·운영돼야 한다.
 
핵잠 확보의 가장 높은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국제법이다. 한국이 핵잠용 저농축우라늄(LEU)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및 보고 체계, 핵공급국그룹(NSG) 규정, 핵확산방지조약(NPT) 비확산 체제, 그리고 군사용 핵연료 적용 예외(IAEA INFCIRC/153 제14조) 등 복잡한 국제 제도적 구조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은 외교부, 산업부, 국방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전원자력연료(KNF) 등 관련 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만 단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부처마다 권한과 이해가 다르고, 책임 조정 권한이 없는 단일 부처 중심 체계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 지연, 책임 회피가 발생한다.
 
핵잠 확보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국가가 단일한 목소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협상할 수 있는 '통합된 국가 협상 창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조정력은 대통령실이 아니면 수행할 수 없다. 미국이 핵잠 개발 과정에서 해군핵추진프로그램(Naval Reactors) 조직을 대통령 보고 체계 아래 두고, 국방부와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만든 이유도 바로 국가 전략사업이 요구하는 강력한 일원화된 지휘 체계 때문이다.
 
핵잠 사업은 어느 하나의 기관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 원자로 개발은 KAERI와 KNF, 안전 규제는 원안위, 사찰과 외교는 외교부, 산업 기반은 산업부, 작전 운용은 해군이 맡는다. 이 중 단 하나라도 멈추는 순간 사업은 즉시 중단된다. 국방부 예산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고, 해군의 운용 개념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연구소의 기술만으로는 현실적 실행이 불가능하다. 관료적 이해 충돌이 시작되는 순간 사업은 10년이 아니라 영원히 시작될 수 없다. 미국의 핵잠 성공도 첨단기술 때문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조직 구조, 즉 Naval Reactors(해군핵추진프로그램) 중심의 중앙집중형 통합 시스템 덕분이었다. 한국 역시 대통령실 직속 일원화 지휘 체계 없이는 단 하루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핵잠 사업은 최소 10년 이상, 수조~수십조 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연료 주기,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원자로, 압력선체 건조, 해상 시험 운용, 소음 및 충격 시험, 정비 체계 구축, 핵안전 규제까지 고려하면 단일 무기체계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런 사업을 개별 부처에 나누어 맡길 경우 예산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부처 간 갈등이 구조적으로 발생하며, 산업계의 중복 투자와 국민 세금 낭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통령실 직속 체제가 구축되면 총사업비 통합 관리, 민·군·산·학·연 공동 예산 구조, 국회 책임 정치, 국민 감시와 투명성 확보 등 국가 핵심사업으로서 요구되는 조건을 비로소 만족시킬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국민이 가장 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치에서 수행돼야 하며, 그 책임은 국가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서 시작돼야 한다. 
 
결국 국가 전략사업은 개별 부처의 업무가 아니라 대통령의 결단으로 완성된다. 이미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핵잠 건조 추진 의지를 공식화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검토가 아니라 실행 체계의 구축이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한 군사 무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 동맹 구조, 미래산업 경쟁력, 국가 자존을 결정하는 전략 프로젝트다. 수십 년의 대역사를 여는 첫 단추는 기술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과 책임 구조의 설계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관료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으며, 국민 앞에서 투명하게 설명될 수 있는 시스템, 바로 대통령실 직속 핵추진잠수함사업단이 그 길을 열 수 있다. 국가의 가장 큰 사업은 가장 강한 책임 체계 아래에서만 성공한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민의 신뢰 속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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