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재차 질타했습니다. 이 사장이 여론전을 앞세워 반격을 시도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각 부처의 태도와 답변을 문제 삼고 "정치가 아닌 행정을 하라"며 공직자로서의 기본자세를 강조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윤석열정부 당시 추진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 과정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랑과 전쟁' 언급하며 재반박…'대왕고래 사업'도 질타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 "행정은 정치와 다르며, 이 자리는 행정을 하는 곳이다. 국민과 대중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 사장이 외화 밀반출 문제에 대해 답변한 것에 대해 비판했는데요. 그는 "(이학재) 공항공사 사장이 처음에는 자기 업무라고 했다가 나중엔 세관이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며 "관련 기사 댓글을 보니 관세청과 공항공사가 양해각서(MOU)를 맺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나와 있더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선 국토교통부 등 업무보고에서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며 이 사장을 질책한 바 있습니다. 이 사장은 이틀 뒤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수조사도 지시했는데요. 당시 이 사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맞섰습니다.
이 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재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MOU는 협력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 책임이 없다"며 "이와 달리 위탁은 법령 혹은 계약에 따라 업무를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법적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이 사장을 질책한 것을 두고 정치 공세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제가 정치적 색깔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있느냐"며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쓰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이 범죄를 가르쳤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는데, 과거 정부가 보도자료로 낸 사안"이라며 "(이런 논리면)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인가"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석유공사 업무보고에서 윤석열정부 당시 추진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사업에 수익성 검토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최문규 석유공사 사장 직무대행에게 "동해 유전개발 사업은 생산원가가 높다면 채산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석유공사에서 생산원가를 계산해봤느냐"고 물었는데요. 최 직무대행은 "변수가 많아 (계산해보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재차 "안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개발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사업에 수천억 원을 투입할 생각이 있었느냐"고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정치 말고 행정하라…거짓말·회피 나쁜 일"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중 20분을 할애해 공직자로서의 자세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부 공직자들의 업무보고 태도에 대해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들었는지, 1분 전 이야기와 1분 뒤 이야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는 뒤에 가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하나의 풍토' 문제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이 사장의 공개 반발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다"며 "제가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불이익을 줬느냐"고 타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리가 주는 온갖 명예와 혜택을 누리면서도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은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특히 행정 조직 내에선 거짓말로 회피하고 왜곡하는 것은 정말 나쁜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악의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과 허위 보고는 정말 나쁘다"라며 "자기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하는 거짓말도 그렇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모르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치와 다르며, 이 자리는 행정을 하는 곳"이라며 "국민과 대중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업무보고 생중계에 대해선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던데, 가급적 다 공개해야 한다"고 재천명했습니다.
업무보고 생중계 비판에 대해선 "요즘은 '재래식 언론'이라고 그러던데 특정 언론이 스크린해서 보여주는 것만 보이던 시대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그럴 때는 소위 게이트키핑(취사선택) 역할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고 아닌 건 가리고 필요하면 살짝 왜곡하고, 국민이 그것밖에 못 보니까 많이 휘둘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제가 말하는 이 장면도 최하 수십만 명이 직접 보게 될 거다. 시간이 지나면 수백만 명이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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