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 과소 평가 차단…당국, 계리가정 관리 강화
2026-01-20 14:59:55 2026-01-20 15:33:5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평가의 핵심 요소인 계리가정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대폭 손질합니다. 국제회계기준(IFRS17)과 보험건전성 기준(K-ICS) 도입 이후 보험사별로 손해율과 사업비 등 주요 가정에 큰 편차가 나타나면서 보험부채가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입니다. 당국은 원칙에 기반한 계리가정 수립 기준을 제시하고 보험사 내부통제와 감독 체계를 함께 강화해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손해율·사업비 가정 기준 명확화
 
금융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업권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보험부채 평가에 적용되는 주요 계리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방안은 계리가정 수립의 기본 원칙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손해율과 사업비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도록 내부통제와 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금융위원회)
 
보험업계의 계리가정 문제는 2023년 IFRS17과 K-ICS 도입 이후 본격화됐습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사는 결산 시점의 할인율과 손해율, 사업비 가정 등을 토대로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해 보험부채를 산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회사의 판단이 불가피하게 개입되면서 보험사별로 계리가정의 보수성과 현실성에 큰 차이가 나타났고 일부 보험부채가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손해율이나 사업비를 낙관적으로 설정할 경우 보험부채는 낮아지고 당기손익과 지급여력비율(K-ICS)은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실제 손해율이 가정치를 웃돌 경우 보험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큰데요. 금융당국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계리가정을 "리스크를 미래로 이연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해 온 이유입니다.
 
계리가정은 개별 보험상품의 수익성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손해율과 사업비 가정이 느슨하게 적용될 경우 장기적 위험이 크거나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품도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이는 보험사 간 과도한 판매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산업 전반에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그동안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 단기납 종신보험의 추가 해지 반영, 손해율 연령군 세분화 등 일부 계리가정에 대해 개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습니다. 이번 방안은 이러한 조치들을 체계화하고 계리가정 전반을 아우르는 원칙 중심의 관리·감독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당국은 우선 계리가정 수립의 대원칙으로 '최선추정(Best Estimate)' 방식을 명확히 했습니다. 중립적인 확률가중치를 적용해 장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IFRS17의 기본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중립성, 보수성, 비교가능성을 3대 세부 원칙으로 제시했습니다.
 
충분한 경험 통계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통계에 근거해 중립적으로 추정하고 통계가 부족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경우에는 보수적으로 가정을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보험사 간 계리가정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시장 참여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비교가능성 확보도 강조했습니다.
 
보험부채 '낙관 가정' 차단
 
보험부채 과소평가 논란이 컸던 신규 담보와 갱신형 상품을 중심으로 손해율 가정 기준도 대폭 강화했습니다. 먼저 경험 통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신규 담보에 대해서는 기존 관행을 전면 수정했는데요. 앞으로는 신규담보 손해율 가정에서 유사 담보 손해율을 준용하는 방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보험료 산출 시 활용되는 보수적 손해율과 해당 신규 담보를 포괄하는 상위 담보의 실적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신규 담보를 앞세운 과도한 판매 경쟁을 억제하고 보험부채 평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비실손 갱신형 보험상품의 손해율 가정도 현실화됩니다. 기존에는 목표 손해율을 설정하고 갱신 시점마다 보험료 조정을 통해 손해율이 목표 수준으로 개선될 것을 전제로 보험부채를 산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죠. 당국은 앞으로 목표 손해율을 설정할 때 보수적 손해율과 실적 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적용하도록 해 미래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해 보험부채를 줄이는 관행을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보험사가 일정 경과 연도 이후 단일 손해율을 적용해온 관행도 개선됩니다. 실제 통계량을 고려해 담보별로 최종손해율 적용 시점을 결정해야 하며 관측된 손해율의 불리한 변동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손해율 산출 단위 역시 통계적 충분성과 유의성이 확보되는 경우 연령, 성별 등 기준으로 세분화하도록 하고 보험사는 매년 기존 산출 단위의 적절성을 사후 검증해야 합니다.
 
사업비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사업비 가정에 물가상승률을 원칙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여러 상품과 부서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공통비는 전 보험계약 기간에 걸쳐 인식하도록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업비 가정에서도 보험사 간 평가 방식 차이를 줄이고 보험부채 과소평가 가능성을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계리가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내부통제와 감독 체계도 강화됩니다. 보험사는 계리가정 산출에 사용된 경험통계와 산출·보정 방법, 의사결정 과정 등을 모두 문서화하고 자체 점검·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죠. 당국은 '계리가정보고서'를 도입해 보험사별 계리가정을 매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상치가 발견될 경우 집중 점검에 나설 방침입니다.
 
손해율과 사업비 가이드라인은 올해 2분기 결산부터 적용되며 내부통제 강화와 감독 체계 정비 역시 같은 분기 중 시행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보험부채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고 계리가정의 과도한 낙관으로 인한 리스크 이연을 차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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