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노조, 전 조합원 대상 강호동 농협 회장 퇴진 서명운동
2026-01-23 14:08:54 2026-01-23 14:08:5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가 전 조합원을 상대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퇴진 서명운동을 진행합니다. 노조는 그동안 강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비롯해 각종 비위 행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강 회장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자 압박 수위를 올리는 모습입니다. 
 
1만6천명 전 조합원 대상 서명 추진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지부는 지난 20일 중앙집행위원회 심의를 통해 강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투쟁 계획을 결의했습니다. NH농협지부는 오는 26일부터 1만600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 회장 퇴진 촉구 동의 서명운동에 나섭니다. 단발성 항의가 아니라 정부와 감독당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상시 투쟁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 청와대와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매일 점심시간 강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H농협지부는 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농협 조직 신뢰를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습니다. NH농협지부는 이미 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습니다. NH농협지부가 퇴진 촉구 수위를 높인 배경에는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가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강 회장의 각종 비위 의혹과 조직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회장은 농식품부 특별감사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는데요. 농민신문사 회장직 등 겸직 중인 자리에서 물러나고 호화 출장으로 지적받은 출장비 초과 사용분은 반납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준섭 전무이사(농협중앙회 부회장)와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중앙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NH농협지부는 비위 의혹의 중심에 있는 회장은 자리를 지킨 채 실무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습니다. NH농협지부 관계자는 "비위의 정점에 있는 책임자가 자리를 지키는 한 그 어떤 개혁도 거짓"이라며 "부회장과 상호금융 대표, 농민신문사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내보낸다는데 이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남아 있고 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내보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강 회장은 더 이상 농협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면서 "농협중앙회장직을 당장 내려놓고 징계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조합원들과 함께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가 전 조합원을 상대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퇴진 운동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13일 강 회장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농협 개혁, 중앙회장 권한 축소 관건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의 농협 개혁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2일 농림식품부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을 꾸리고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추가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11일엔 이재명 대통령이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 문제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은 진짜 문제다. 선거 과정에 불법도 많고 구속되고 수사하고 난리더라"면서 "필요한 것은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농협은 농민을 주주로 208만명의 조합원이 모여 구성한 협동조합인데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은행, 증권사, 언론사까지 거느린 거대한 조직체입니다. 지배구조는 조합원→지역 농·축협→농협중앙회→금융·경제 지주회사→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장의 과도한 권한 축소입니다.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4년 단임제에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강 회장 취임 이후 회장 선거를 도운 캠프 인사들이 중앙회 고위직으로 내려오는 '보은 인사'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은 퇴직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 당선 이후 농협중앙회 및 산하 계열사 임원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일부 임원이 사퇴했지만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권력의 기반이 되는 캠프 낙하산 인사들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나마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전무이사)과 여영현 상호금융 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조차도 오는 3월이 임기 만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면피용 사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NH농협지부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구조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투쟁도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일회성 항의가 아니라 농협의 신뢰 회복과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입니다.
 
NH농협지부 관계자는 "현재 기준 1만6000여명에 달하는 전 조합원에게 모두 서명을 받는 게 목표"라며 "강호동 회장 퇴진계획에 따라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1인 피켓 시위를 무기한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이 지난 22일 청와대 앞에서 '강호동 퇴진'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NH농협지부)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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