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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휴림에이텍(078590)이 자동차 부품 사업의 흑자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사채(CB) 평가손실로 당기순이익 적자전환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부딪혔다. 주가가 오를수록 전환권 가치가 상승해 회계상 부채와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 탓에 본업에서 거둔 이익이 장부상 비용에 잠식당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현금 유출이 없는 수치이지만, 결손금 해소를 지연시키고 오버행 리스크를 키우는 등 실질적인 재무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휴림에이텍 홈페이지 갈무리)
사업 선방에도 당기순이익 적자전환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휴림에이텍의 누적 매출액은 481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액 520억원, 영업이익 31억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순손익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대규모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휴림에이텍은 최근 공시를 통해 파생상품금융부채 평가손실로 인해 총 63억6302만원의 누계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 자기자본 633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이 같은 손실이 발생한 배경에는 과거 발행한 제14회와 15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가 있다. 해당 CB들의 전환가액은 주당 534원으로 설정돼 있는데, 최근 휴림에이텍의 주가가 이 전환가액을 웃돌면서 회계상 부채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조건(리픽싱)이 포함된 CB의 경우, 전환권을 별도의 파생상품부채로 분류해 매 결산기마다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즉, 주가가 오를수록 전환권의 가치가 높아져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파생상품부채)가 늘어나며, 해당 증가분이 고스란히 파생상품평가손실이라는 영업외비용으로 계상되는 구조다.
발행 주식수 50% 달하는 CB…오버행 리스크 ‘우려’
휴림에이텍 측은 공시를 통해 "상기 발생한 손실은 실제 현금 유출을 초래하지 않는 장부상 수치"라고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상의 손실일 뿐, 회사의 현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파생상품 손실이 단순히 장부상 숫자에 그치지 않고, 재무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해 당기순손실이 누적될 경우 결손금 규모를 키우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휴림에이텍의 이익잉여금(결손금)은 이미 마이너스(-) 2578억원에 달한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파생상품 손실로 상쇄되면서 결손금 보전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이는 향후 배당 가능 이익 확보나 신규 투자 재원 마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도 현실화될 수 있다. 최근 주가(27일 기준 1001원)가 전환가액(534원)보다 높게 유지된다는 것은 CB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할 강력한 유인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제14회와 제15회 CB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약 3370만주의 신주가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수(6621만주)의 약 50%에 육박하는 물량으로, 해당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식 가치 희석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측은 오버행 우려에 대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휴림에이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5회차 CB 100억원 중 약 90억원은 이미 전환 청구 및 상장 절차가 진행돼 상당 부분 시장에 소화됐다"며 "현재 남은 미전환 잔량은 14회차 80억원, 15회차 10억 원 수준으로 전체 발행 규모 대비 제한적"이라고 해명했다.
부채 규모 대비 현금성자산이 부족한 점도 우려되는 지점 중 하나다. 3분기 기준 휴림에이텍의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17억원으로 전년 말 44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유동성전환사채 규모는 104억원에 달해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휴림에이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현금성자산이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유동성 여력은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회사는 현금성자산 외에도 정기예금, 단기금융상품(MMF 등) 등 유동화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전환사채가 상환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대응 가능한 재원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최근 휴림에이텍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종목은 주가가 5일간 60% 이상 오르는 등 단기 급등하는 경우 거래소가 지정해 투자자에게 주의를 주는 제도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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