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급보다 센 PB 성과급도 '퇴직금 산정' 포함"
법원, 지난해 7월 증권사 PB성과급 '임금성' 인정
지난해 10월 '퇴직금 소송'서도 동일한 취지 판결
증권가, 연봉 대비 성과급 비중 커…줄소송 주목
2026-02-12 06:00:00 2026-02-12 08:16:0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앞으로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 성과급도 퇴직금 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법원이 증권사 퇴직 직원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PB 성과급도 '근로의 대가'로 인정, 회사엔 평균임금에 포함해 추가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를 퇴직금에 반영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증권가에서도 성과급의 '임금성'을 폭넓게 인정한 첫 사례여서 주목됩니다.  
 
정기성·계속성 등…'근로 대가' 인정
 
11일 법조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7월9일 한국투자증권 직원 A씨가 퇴직 후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성과급을 기준으로 추가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에 따라 이 회사는 A씨에게 근속연수 12년11개월에 따른 추가 퇴직금으로 약 1억1000만원을 줘야 합니다. 이미 지급된 약 1억원을 상회하는 금액입니다. A씨는 이 회사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면서 2008년에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에선 중간정산 이후 12년가량 근무분에 대한 퇴직금 추가 산정을 청구한 겁니다. 
 
A씨는 2024년 7월 소송을 제기할 당시 PB 성과급 외에도 △명절 귀향비 등 복리후생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을 퇴직금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복리후생비와 PB 성과급에 대해선 원고의 주장을 인용했지만, 개인연금 지원금은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A씨의 청구에 대해 회사 측은 성과급이 경영 성과의 배분일 뿐이며, 외부 시장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집단 성과 성격이 강해 근로 대가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또 회사 사정으로 성과급 지급 시기가 늦어지는 사례를 들어 성과급을 평균임금으로 인정하기엔 '부정기성'이 강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연 지급 또한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른 것이라며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PB 성과급에 대해 △복리후생비와 달리 급여규정에서 성과급을 자세하게 명시하고 있는 점 △고객 관리를 통한 자산 이탈 방지의 효용성 △계속적·정기적으로(매분기 첫달 말일 지급) 지급된 점 △성과급의 월 환산액(860만원)이 월평균 급여(약 786만원)을 상회하는 점을 들어 성과급을 평균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PB 성과급은 단순 배분이 아니라 지역본부 손익에 개인 성과와 핵심성과지표(KPI) 가중치 등을 반영해 산출되는 만큼 '개인의 업무성과가 지급액 산식의 핵심 변수'로 들어간다는 점도 주목했습니다. 또 증권업의 특성상 PB성과급이 증시 상황에 따른 변동성은 있을 수 있으나, 고객 자산 관리를 통해 회사 자산의 이탈을 막는 것은 PB의 성과이며 이것이 경영 실적으로 직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재판부는 추가 퇴직금 1억1000만원에 대해 재판 기간엔 연 5%로, 1심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A씨에게 돈을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각 비율로 계산해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증권가서 '퇴직금' 줄소송 이어질까
 
증권가에서 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선고는 또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투자증권 퇴직자가 제기한 소송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28일 남부지법은 한국투자증권 퇴사 직원 4인이 제기한 같은 소송에 대해서도 PB성과급은 평균임금으로 포함되는 걸로 보고 퇴직금 산정에 반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7월 선고와 달리 △명절 귀향비 등 복리후생비 △개인연금에 대한 회사 지원금 △PB성과급 등을 모두 평균임금으로 인정했습니다. 
 
잇따른 판결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퇴직금 소송이 본격화할지 주목됩니다. 한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노조 차원에서 대거 소송을 진행할 경우 회사가 성과급 비중을 줄일 우려도 있어 섣불리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퇴직금 소송을 준비해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퇴직금 소송이 이어지더라도 사측이 함부로 성과급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증권업계 특성상 PB 연봉·보상은 이미 시장가격이 형성됐고 이직도 잦습니다. 사측도 우수한 PB 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퇴직금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려고 연봉보다는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더 많이 주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결국 증권가에선 기존의 보상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갑자기 성과급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겁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 원고 측을 대리한 임성규 변호사는 "소송이라는 것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급여 항목에 속해 있는 부분에 대해 임금성을 점점 인정하는 추세로 판결이 나오고 있어 향후에도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신의철 법무법인 호암 부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성과급이라도 지급 기준이 명확하고, 계속·정기적으로 지급되며, 실질적으로 근로의 대가로 기능했다면 평균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면서도 "다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성과급의 성격·지급 방식·재량성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모든 PB 성과급이 곧바로 퇴직금에 포함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상급심 판단에 따라 금융권 전반의 보수체계와 분쟁 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외경. (사진=한국투자증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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