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단행동' 돌입…사법개혁 3법 '반발'
25일 대법서 전국법원장회의 긴급 소집
조희대 대법원장 입장에 힘 싣는 모양새
법조계 "법원이 사법개혁 3법 자초했다"
2026-02-25 18:26:52 2026-02-25 18:27:38
[뉴스토마토 강석영·강예슬 기자] 민주당이 주도한 '사법개혁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하자 사법부가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25일(오후 6시 기준)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사법개혁 3법에 반대한 조희대 대법원장 입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법개혁 3법은 사법부가 자초한 것"이라며 "자의적 재판 방지와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법개혁 3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 2시부터 대법에선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의가 긴급 소집된 이유는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전국 법원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라는 게 대법원 설명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24일부터 본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 결과는 그동안 사법개혁 3법에 반대했던 조 대법원장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입니다. 법원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법원장들 임명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장회의가 대법원장과 다른 입장을 낼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며 "이미 조 대법원장은 출근길에서 가이드라인을 계속 주지 않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조 대법원장은 지난 23일에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 3법은)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문가 의견과 국민 의견을 폭넓게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본회의 통과를 앞둔 사법개혁 3법은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입니다. 법왜곡죄는 법관·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등 행위를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재판소원은 법원에서 확정된 재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를 통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겁니다. 아울러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대법원장 포함)을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입니다. 
 
일단 법조계 다수는 사법개혁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법왜곡죄에 대해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판단의 주체들이 헌법과 법률은 물론 관행까지 준수해야 할 의무가 묵시적으로 전제됐었는데, 법왜곡죄를 통해 형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표적 사례가 윤석열씨 구속취소 결정과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이라며 "자유심증주의라고 법관 마음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왜곡죄 처벌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법관들이 재판에 신중해질 수 있다"며 "현행 직권남용죄만으로는 법관들을 처벌하기 어렵다. 포괄적인 법왜곡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각서 제기된 '일부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법관·검사를 향한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에 관해 "독일의 법왜곡죄 요건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구체적"이라며 "법률이 다소 불명확해도 법률 전체 맥락에 비춰 뜻이 명확하게 해석되면 명확성 원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왜곡죄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과 검찰이 하는데 무엇이 걱정이냐"며 "법왜곡죄에 반대하는 법관·검사는 결국 수사받고 재판받기 싫다는 건데, 자기 부정이고 오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재판소원 역시 현행 사법 시스템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선택 교수는 "법원의 부실한 판결이 심급제도에서도 구제되는 경우가 많다. 하급심은 서면으로만 진행되고 상급심은 심리불속행이 70~80%에 육박한다"면서 "대법원이 재판소원을 반대하는 건 재판소원으로 헌재에서 재판이 취소될까 봐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라는 대법원 지적에 대해 이헌환 교수는 "재판의 기본권 침해가 문제가 될 때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헌재가 법원의 법률 해석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원 재판과 헌재 재판소원은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겁니다. 
 
재판소원은 '대법원과 헌재 중 어디가 최고법원이냐'라는 자존심 싸움처럼 흘러가는 양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대법원은 심급제도에서 최고심이지, 최종심이 아니다"라며 "최종심은 법률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군사범죄 중 단심제의 경우 군사법원이 최종심이다. 심급제도와 헌재는 아무 상관이 없다. 관할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조계에선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것조차도 '적다'고 지적합니다. 김 교수는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려야 한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대법관을 늘려 전문부를 만들고 하급심 전문화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전원합의체의 경우 각 부장들이 모여 부장합의체를 하면 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번 사법개혁 3법은 사법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선택 교수는 "제왕적 대법원장제를 없애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제도에 국민 참여를 높일 국민참여재판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 이종수 교수는 "본원적인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법관 충원, 승진 구조 등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분권 시대에 권역별로 법관을 뽑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가 이번 법원장회의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촉각이 모아집니다.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이후 17대 조희대 대법원장 중 정권에 대항해 중도 사퇴한 대법원장은 2명입니다. 7대 이영섭 대법원장은 반란수괴 전두환씨가 주도한 신군부가 등장하자 사법부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사퇴했습니다. 8대 유태흥 대법원장도 신군부에 저항한 판사들에게 인사 조치가 내려지자 이에 항의해 사퇴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