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격수’ 박용진 등판…규제합리위, 삼성생명법 화두 부상
2026-03-06 06:00:00 2026-03-06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선 박 부위원장이 특히 삼성그룹과 지배구조에 관심이 높았던 만큼 규제합리위에서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을 다룰지 초미의 관심이 쏠립니다.
 
금융지주 3연임·삼성생명법 재점화 가능성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규제합리화위원회는 행정규제기본법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 기업 활동에 규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규제 최종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입니다. 민생과 안전, 공정 경제를 방해하는 규제들을 보다 강력하고 신속하게 합리화하겠다는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에 따라 기존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합리화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이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도록 조직이 격상됐습니다. 이전 정부까지는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아왔습니다. 또한 민간위원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조직을 전면 개편. 정부 당연직 17명과 민간위원 33명 등 35~50명 규모로 구성되며, 올해 국무총리급 위원장직을 신설했습니다. 지난해 9월15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의 후속 조치로, 규제합리위 조직 위상과 권한 구조를 동시에 손본 것입니다.
 
제20·21대 국회에서 재벌과 대기업 지배구조를 겨냥한 여러 법안을 다루며 '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박용진 전 의원이 규제합리위 부위원장을 맡자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지주 회장 3연임 금지법이나 삼성생명법 등의 도입이 다시 여권 내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금융지주 회장 연임 규제나 삼성생명법 같은 이슈들이 박용진 전 의원의 규제합리위 합류를 계기로 다시 되살아날 것이란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용진, 의원 시절 삼성 지배구조 정조준 
 
박 부위원장은 20대(2016~2020년)와 21대(2020~2023년) 재선 의원을 지내면서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 부위원장이 20·21대 국회 정무위에서 발의한 법안은 총 101개(중복 포함)에 달합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법안은 보험업법 개정안입니다. 박 부위원장은 2021년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이나 유가증권(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도록 변경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현행 보험업법은 은행·증권 등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자산운용비율 산정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로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특혜를 보는 보험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해당돼 삼성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한 법안으로 평가됐습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물산(19.8%)→삼성생명(19.34%)→삼성전자(8.6%)·삼성화재(14.46%)로 이어져 있습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격입니다. 삼성생명 배당금은 결국 오너 일가의 배당 및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점도 지적돼 왔습니다.
 
삼성생명법은 21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지만, 만일 통과됐더라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다수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관련법 발의 직전 해인 2020년 말을 기준으로 삼으면 삼성생명 총자산 310조원의 3%인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해서 삼성생명을 통한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결국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시장에서 금융사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보통주)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주식 일부(삼성생명 0.07%, 삼성화재 0.01%)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습니다.
 
박 부위원장은 또 지난 2017년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폭로하며 공론화 선봉장에 서기도 했습니다.
 
친삼성 성향 부위원장들과 내부 이견 불가피
 
일각에선 박용진 전 의원 외에도 친삼성 성향의 인물들이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위 부위원장에 위촉돼 삼성생명법 등을 다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됩니다. 박 전 의원 외에 삼성 출신 경영재무 전문가 남궁범 에스원 고문,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진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명예교수가 규제합리위 부위원장으로 함께 기용됐습니다.
 
남궁범 부위원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경리팀으로 입사해 삼성그룹에 30년 이상 몸담았던 ‘삼성맨’입니다. 삼성전자 재경팀장(부사장)을 지냈고, 에스원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경영·재무 전문가란 점에서 기업의 시각을 위원회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습니다. 경제계 관계자는 "에스원 대표 시절 AI 기반 지능형 CCTV을 확대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충북 충주 출신으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병태 부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입니다. 이 부위원장은 삼성 지배구조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박 부위원장과 맞붙은 이력도 있습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 부위원장에 대해 "평소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고 규제 개선을 추진해 온 적임자이며 기술창업, 정보통신(IT), 경영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 활동과 사회 활동을 이어온 규제 개혁 전략을 이끌 전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부위원장 간 서로 정치적 성향과 이력이 상이한 만큼 규제합리위에서 의견 충돌 우려도 제기됩니다. 박 부위원장이 의원 시절 추진했던 지배구조 관련 법안들은 추진력이 뒷받침되기 힘든 배경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박 부위원장도 최근 일부 매체 인터뷰에서 "다른 두 부위원장들과 경험이 다르고, 생각도 많이 다를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를 저격해 왔던 의원 시절 기조에 대해선 "기업을 저격한 적은 없고, 기업 오너들 재벌 총수들의 반칙과 불법에 대해서 바로잡도록 했다"면서 삼성전자 지배구조 문제나 오너 리스크 불법행위를 지적한 것이지 삼성이란 회사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삼성을 오히려 응원하고, 지금도 많이 격려하고 응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그룹 깃발과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Gemini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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