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기아, 하이브리드 판매 3배 승부수…수익성 엔진 켠다
북미 판매 비중 33%까지 확대해 '수익 방어막' 구축
낮은 인센티브·높은 상품성으로 관세 파고 돌파
2030년 원가 15% 절감 '기술 혁신' 병행
2026-03-09 06:00:00 2026-03-0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6일 15: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기아(000270)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내실을 다지는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을 필두로 한 글로벌 전역에서 관세 장벽과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아는 가격 할인보다는 제품 본연의 경쟁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가치 고수 전략을 통해 독보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어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기아 텔룰라이드. (사진=기아)
 
3년 내 판매 3배' 공격적 HEV 로드맵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아는 향후 3년 내에 고부가가치 모델인 하이브리드(HEV) 차량의 판매 비중을 현재보다 3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을 하이브리드 라인업으로 정면 돌파함과 동시에, 내연기관보다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판매를 통해 평균 판매 단가(ASP)와 영업이익률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기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북미 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전략 역시 파격적이다. 기아는 지난 2024년 북미 시장에서 약 8만 2000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했으나, 내년까지 이 수치를 34만 3000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3년 만에 판매량을 318%나 높이겠다는 의지로, 유럽(46% 증대)이나 한국(20% 증대) 등 타 지역의 목표치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전체 판매 비중 면에서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예고된다. 기아는 북미 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2024년 9%에서 내년 33%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지 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5.5%에서 7.8%까지 끌어올려, 북미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미국 시장은 현재 전기차로의 완전한 전환 이전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기아는 이러한 시장 흐름에 따라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소렌토 등 검증된 레저용(RV)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강력하게 결합함으로써 북미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기아의 공급망 최적화와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을 하고 있다. 기아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전용 플랫폼을 통해 엔진과 변속기, 모터 등 핵심 구동계를 포함하는 파워일렉트릭(PE)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아의 중장기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PE 시스템의 생산비용을 현재보다 15% 이상 낮출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 대비 부품 수가 많고 시스템이 복잡해 원가 비중이 높지만, 기아는 규모의 경제 달성과 공정 최적화를 통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결국 차량의 시장 가치는 하이브리드라는 프리미엄을 더해 높게 유지하되, 내부 생산비용은 기술 혁신으로 깎아냄으로써 이익의 폭(마진율)을 극대화하는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혁신은 향후 글로벌 경기 변동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도 기아가 흔들리지 않는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기초체력이 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가치' 전략 통했다… 2월 미국·국내 판매 신기록 행진
 
이와 함께 프리미엄 가치 고수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재고 증가와 수요 둔화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기아는 철저하게 정가 판매 기조를 이어가며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고 있다. 기아의 미국 내 인센티브 책정 규모는 업계 평균보다 약 40%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아 차량이 인위적인 할인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선택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인플레이션 등 대외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기아는 가격 인하라는 손쉬운 길 대신 신형 모델 출시를 통한 정면승부를 택했다. 최근 북미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 2세대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격 추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지아 공장에서 직접 생산되는 이 모델은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는 동시에,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여 차량의 판매 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방어하는 핵심 병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털리스트IQ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북미 내 많은 완성차 업체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이 소폭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인 반면, 기아는 연식 변경과 트림 다변화를 통해 실질적인 거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아가 '할인 없이도 사고 싶은 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은 실제 판매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아는 지난 2월 한 달간 미국 시장에서 6만 6005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4% 성장했으며, 2월 누적 판매량은 13만 507대로 전년보다 8.5% 증가했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2월 한 달간 1만 3198대가 팔려나가며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고, 카니발(31%↑), 스포티지, K4 등 주요 모델들이 역대 2월 최고 실적을 줄줄이 경신했다. 이는 기아가 단순히 마진율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판매량 측면에서도 확장세를 이어가며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실적 역시 주목할 만하다. 2월 한 달간 기아는 전기차 부문에서만 1만 4488대를 판매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월간 전기차 판매 1만대 시대를 열었다.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PBV 모델인 PV5가 3967대, EV3가 3469대 판매되는 등 친환경차 라인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아가 하이브리드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 확보라는 투 트랙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도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높여 소비자로부터 합당한 대가를 인정받는 이 같은 전략이 수익성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기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관세 적용과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등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단가 상승을 바탕으로 판매 확대와 함께 다각도의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성장 정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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