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호동 농협회장 등 '횡령·금품수수' 수사 의뢰
2026-03-09 16:18:08 2026-03-09 17:42:1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 농협 간부들을 횡령·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정부 감사 결과 농협재단 간부가 사업비를 빼돌려 강 회장 선거 당선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 등에게 선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고, 강 회장은 취임 1주년 때 일부 조합장으로부터 황금열쇠 10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협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재단 사업비 유용·황금열쇠 수수' 혐의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농협에 대한 합동특별감사가 시작된 건 앞서 국회에서 농협의 선거 부패 및 부실 경영 의혹이 제기된 이후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해 11~12월 특별감사를 했고, 추가 감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이 1월26일부터 약 한 달간 추가 조사를 벌였습니다.
 
특별감사반은 국무조정실·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됐는데요. 이번 감사에서 농협 간부들의 공금 유용·특혜성 대출 계약·분식회계 등 각종 문제성 사안을 적발했으며, 이 중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지적된 96건(잠정)에 대해선 농협이 상응하는 시정 조치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처분할 계획입니다.
 
정부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024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재단 핵심 간부 A씨를 통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과 조합원, 임직원 등에게 4억9000만원 규모의 답례품·골프대회 협찬 비용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2월 지역운영위원회로부터 회장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황금열쇠 10돈를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강 회장이 이사회의 조직 개편 의결을 미이행한 점, 자의적으로 포상금을 집행하고 재단 자금 운용을 불투명하게 하는 등 독단적으로 조합을 운영한 사례 등도 확인했습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회·경제지주 이사회가 경제지주 스마트농업로컬팀의 중앙회 이관을 의결했으나 중앙회장은 이를 이행하고 있고 않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5년간 포상금의 일종인 직상금 75억원을 객관적 성과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농협중앙회 부서에 선심성으로 무분별하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협재단이 강 회장이 18년간 조합장으로 재직한 경남 합천 율곡농협에 지난해 3~4월 100억원을 예치금으로 보낸 것도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가 자회사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포착했습니다. 중앙회 전무이사 등은 인사권이 없음에도 농협은행 등의 직원과 인사 상담하고 인사총부무는 상담 결과를 농협은행 등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강 회장과 임원들이 다른 협동조합과 비교해 최소 3배 이상 많은 퇴임 공로금(퇴직금)을 받고 있으며 기준보다 넓고 고가인 업무용 사택도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중앙회가 농협경제지주의 요청으로 거액의 신용대출을 부적절하게 취급하거나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거액을 대출하는 등 특혜성 대출·투자를 한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특혜성 대출·분식회계 등도 확인
 
2022년 중앙회가 신설 법인에 대한 145억원의 신용 대출을 부적정하게 취급해 지난해 2월부터 연체가 발생했고, 같은 해 재단 및 중앙회 상호금융이 한 업체에 지분투자 등의 형식으로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으나 회수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수의계약과 관련해서도 사내 전용 온라인 상거래를 통해 수의계약 금지 규정을 우회하는 관행과 견적서 허위비교·검사조서 미작성 등 규정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들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농협의 한 자회사는 농협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영리법인이 지난 2011년부터 농협 건물을 무상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회사에 약 37억원의 손해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도 일부 조합이 연체된 대출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하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부실한 재정을 은폐하고, 분식회계로 조성된 이익을 재원으로 배당까지 실시해 조합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일부 조합장과 임원들이 각종 수당·기념품·선물·상조비를 지원받고, 중앙회·자회사 임원들도 황금열쇠·전별금 등을 퇴직 시 지급받는 등 나눠 먹기식으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작동하지 않는 내부통제 장치 및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최근 출범한 농협개혁추진단에서의 논의를 통해 근본적 농협 개혁 방안을 마련,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정부 감사 중간 결과 발표 후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부가 특별 감사 발표와 함께 수사 의뢰까지 결정하면서 궁지에 몰렸습니다. 농협중앙회측은 "특별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적된 사항에 대해 제도 개선과 관리 체계 보완을 추진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농협 핵심 간부들을 횡령 및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 1월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강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던 중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