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속도조절 직후 '박찬운 사퇴'…강경파 '사면초가'
박찬운, '강경파' 비판하며 물러나
여당 의원들, 대통령 방향에 '호응'
2026-03-09 17:55:25 2026-03-09 19:00:26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사법·언론 등의 전방위 개혁 시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한 직후,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박찬운 자문위원장이 9일 전격 사퇴했습니다. 특히 박 위원장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내 강경파를 비판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이 대통령이 당내 강경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데 이어 박 위원장마저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강경파 의원들이 코너에 몰린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1월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찬운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첫 입장…이 대통령, 강경파 제동
 
박 위원장은 이날 자진으로 사의를 밝혔고, 추진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위원장 위촉 전부터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하고 전건 송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면서 "이러한 소신을 가진 자신이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을 맡는 것은 중립적 입장에서 법안 준비를 요구받는 추진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형사사법 절차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사안임에도 충분한 숙의와 균형 잡힌 토론보다는 감정적 접근이 앞서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민주당 내 강경파를 향해 "보완수사 전면 폐지를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면서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 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작년 10월부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과 공소청법 등 검찰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해왔는데요. 지난해 10월 자문위 출범 이후 박 위원장이 보완수사권 존폐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여당 주도로 추진되는 급격한 개혁 입법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연일 내놓고 있는 시점에 박 위원장이 사퇴에 나선 것인데요. 이 대통령은 지난 7일에 이어 이날 새벽에도 X(엑스·옛 트위터)에 민주당 내 강경파를 겨냥한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이 겪었던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등을 언급하면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사법·언론 등의 전방위 개혁 시도에 대한 속도 조절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대통령은 또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며 "국민 통합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모두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한 제 나름 고심의 결과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디고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조금 마뜩지 않더라도 서로 믿고 격려하며 든든하게 함께 가주면 고맙겠다"고 밝혔습니다.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할 경우, 국민 통합에 문제가 있는 만큼 심각한 부분만 빠르게 도려내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 역시 개혁에 대한 수위 조절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대통령이 "사법 부정은 법원 전체가 아니라 일부의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사법부 전반을 비판하기보다는 일부의 문제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전반적으로 이 대통령이 여당 내 강경파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면서 당청 갈등 차단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의원들 호응에 코너 몰린 '강경파'…개혁안 미세조정 가능성도
 
민주당 의원들도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공유하며 호응에 나섰습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검찰개혁 방법론을 둘러싸고 과도한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결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현희 의원은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했고, 채현일 의원은 "대통령의 방향에 깊이 공감한다"고 전했습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중수청법, 공소청법과 관련해 중수청의 수사 권한과 범위를 더 줄이고, 검찰총장 명칭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강경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이 대통령이 우려를 전한 데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호응에 나섰고, 여기에 박찬운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내 강경파는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입니다. 민주당 일각에선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재 검찰개혁 정부안을 토대로 당내 법사위원들과 미세 조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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