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는 11월13일 항공사 기장 필수자격인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ATPL·Airline Transport Pilot License) 취득 과정에 실기시험을 도입합니다. 현재 항공사에서 근무 중인 부기장들은 현행 제도 적용을 받지만, 11월13일 이후 국내 항공사에 입사하는 조종사들은 ATPL 취득 과정에서 별도 실기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조종사 단체는 “국내 운항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개편”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항공(003490)은 “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업계 내 찬반 논쟁이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진에어의 A320neo 시뮬레이터에서 운항 승무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진에어)
2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오는 11월13일 시행 예정인 ‘항공안전법 개정안’에 맞춰 ATPL 취득 과정에 실기시험을 도입하는 내용의 하위법령 손질에 나섰습니다. ATPL은 항공사 기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최고 등급의 조종사 자격 증명입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행경력 1500시간 이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구술시험만으로 ATPL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11월13일부터는 신규 조종사를 중심으로 실기시험이 추가되면서 운송용 조종사 자격 취득 절차가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국토부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자격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항공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문교육기관(ATO·Approved Training Organization)을 통해 ATPL 관련 교육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 기준 역시 조종사의 비행 능력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 5월 개정된 항공안전법에 따라 자격증명 취득 시 학과시험과 실기시험 합격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오는 11월13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이에 맞춰 하위법령을 정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11월13일 시행은 이미 개정된 항공안전법에 따른 것”이라며 “전문교육기관 교육과정 등 세부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단계로 현재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 22일 김포공항 국제선청사에서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 13곳과 에어버스코리아, 보잉코리아,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연맹) 등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 배경과 추진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반면 조종사들은 국내 조종사 양성 체계와 운항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개편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우 소형 항공기 조종사들이 대형 제트기 운항 자격을 얻기 위해 ATPL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지만, 국내 조종사들은 항공사 입사 후 대형 제트기 운항 경험을 쌓고 정기적인 시뮬레이터 훈련과 승급 심사를 통해 역량을 검증받고 있는 만큼 추가 교육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연맹 관계자는 “국내 운항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개편”이라며 “특히 기존 자격시험과 중복되는 과목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따른 관련 법규나 정책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현행 제도와 비교해 항공 안전에서 어떤 점이 개선되는지 등도 알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토부는 오는 12월 진행되는 ICAO의 항공안전종합평가(USOAP)를 앞두고 충분한 안전 검증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USOAP는 UN 산하 기구인 ICAO가 회원국의 항공안전 감독 체계와 국제 기준 이행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2008년 이후 18년 만인 오는 12월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반면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앞선 19일 주주간담회에서 “국토부의 진행 방향이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충분히 검증된 사람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조종사 단체 간 입장 차가 뚜렷한 만큼 향후 하위법령 입법예고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부기장들은 기장 승격을 위해 장기간 교육과 정기 시뮬레이터 훈련을 받고 있다”며 “항공안전 향상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 없이 새로운 관문을 만드는 것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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