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유저 권한, 운영까지 확대…소수 권력 집중 우려도
UGC 넘어 서버 규칙·경제·운영 결정에 이용자 참여
재화 소비·조직력 따라 권한 편중 가능성…견제 장치 필요
2026-06-23 15:45:59 2026-06-23 16:10:39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게임 이용자가 정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게임의 규칙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기존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가 맵이나 게임 모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서버 운영과 경제 시스템, 콘텐츠 개방과 업데이트 방향까지 이용자 권한을 넓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용자들의 몰입 및 참여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 능력을 갖춘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넷마블의 신작 'SOL: enchant'가 지난 18일 출시됐다. (이미지=넷마블)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251270)이 지난 18일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SOL: enchant(솔: 인챈트)'는 이용자에게 게임 운영에 가까운 권한을 부여하는 '신권' 시스템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습니다.
 
신권 시스템은 특정 이용자가 '신'으로 선출돼 게임사가 정한 범위 안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서버 단위의 '신', 월드 단위의 '주신', 전체 서버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신' 등 3단계로 구성됩니다.
 
넷마블에 따르면 신으로 선출된 이용자는 콘텐츠 개방과 업데이트 사양 결정, 수익모델(BM) 해금, 특정 이용자의 채팅 제한 등에 관여할 수 있으며, 세금을 받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생성하는 권한도 주어집니다. 최초 신 선출은 다음 달 예정돼 있어 신권 시스템의 실제 운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의 궁극적 목표는 유저의 제한은 최소화하고 누릴 수 있는 권한은 최대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MMORPG와 차별화된 '전지적 MMORPG'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용자의 역할이 제작자에서 운영 주체로 확대되는 흐름은 다른 게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메이드(112040)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 글로벌'은 이용자가 서버 커뮤니티와 이벤트를 운영하는 파트너스 서버를 도입했습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크래프톤(259960)의 '배틀그라운드 UGC'는 이용자가 독립 월드와 게임 규칙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임사가 이용자에게 일부 권한을 개방하는 배경에는 이용자의 몰입감과 소유감을 높이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결정이 서버 전체와 다른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면 게임 세계에 대한 참여 효능감을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운영 권한을 차지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둘러싼 이용자 간 경쟁과 연합, 갈등 자체도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보상 구조를 설명하는 'SAPS 이론'을 들어, 이용자에게 운영 권한을 주는 방식의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SAPS는 '지위(Status)', '접근권(Access)', '권한(Power)', '물질적 보상(Stuff)'을 뜻합니다.
 
김 교수는 "돈이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플레이어에게 권한과 힘을 주는 방식은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며 "게이머들의 변화한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마케팅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MMORPG 초기부터 게임사는 이른바 '고래 이용자'를 비롯해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의 의견을 많이 들어왔다"며 "기존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용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역발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용자 권한 확대가 전체 이용자의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챈트의 신은 게임 내 주요 재화인 '나인' 소모량을 기준으로 선출되는데요. 재화를 많이 확보하고 소비할 수 있거나 대형 길드의 지원을 받는 일부 이용자에게 운영 권한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이에 넷마블 측은 “신 선출 과정의 어뷰징을 막기 위해 비정상적인 재화 이동이나 비정상적인 나인 소비는 선출 집계에서 제외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운영 권한이 과금 규모가 큰 일부 이용자에게 집중되면, 게임 밸런스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용자 참여 확대가 아니라 소수 이용자에게 권력이 몰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용자에게 약속한 권한이 실제 플레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구현되는지도 관건입니다. 김 교수는 "많은 권한을 줄 것처럼 알렸지만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권한이 적다면 오히려 역효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하면 게임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견제 장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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