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연어·술 파티 의혹'으로 교정 행정의 허점이 드러났지만, 법무부는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검사가 수용자에게 외부 음식 반입 등 편의를 제공해도 교도관이 제지하기 어렵고, 외부 음식을 같이 먹었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교도관 식사는 특근매식비로 해결하고, 부족하면 기관의 비용에서 추가 지급하라'는 '구두 당부'만 한 겁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차일피일입니다. 이러는 사이 수사 현장에선 교도관이 검사의 눈치를 보며 수용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9월17일 특별점검팀이 '연어·술 파티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교정 행정상 재발을 막기 위한 '교정 관련 대책'을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특별점검팀이 제시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검찰 수사 과정 중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교도관은 검사 조사 시작 시 수용자를 검찰에 인계하고, 조사 종료 후 인계받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현재는 수용자의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교도관이 수용자 곁을 지키며 '계호'(교정시설 내 질서와 규율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조치) 업무를 수행하는데, 검사 조사 중엔 수용자를 완전히 검사에 인계해 계호의 책임은 검사가 지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특별점검팀은 이를 위해 법무부 훈령인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 등 관련 규정을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휴일 중 검사 조사 시 점심과 교도관 식사는 특근매식비로 사 먹되, 부족하면 기관 업무추진비 카드로 추가 결제할 수 있도록 교정본부에게 명확히 지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계호 주체와 출정 중 교도관 식사가 논란이 된 건, 연어·술 파티 의혹 당시 교도관들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 전 부지사 등에게 외부 음식이 제공되는 걸 막으려 했으나 검사의 기세에 눌려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이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교도관들은 피의자들과 함께 연어회덮밥을 먹어 논란을 키웠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이 전 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한 교도관 A씨는 영상녹화실에서 수용자들의 식사가 이뤄지던 때 "당시 검사나 수사관들이 (문을 열어두는 것을) 별로 내켜 하지 않아 (영상녹화실) 문을 살짝 열어두기만 했다"며 "규정에 나온 대로 공범 분리는 호송할 때는 지켜졌지만, 검사실 안에서는 수사를 하는 곳이라 (교도관의 계호가) 제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막으려 했지만 막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법무부 모습. (사진=법무부)
그러나 실태조사 이후 법무부가 내놓은 조치는 사실상 '구두 당부'에 그쳤습니다. 연어·술 파티 의혹 당시 교도관들이 외부 음식을 함께 먹어 논란이 된 건, 휴일이나 야간 등 특수한 상황에서 출정 계호를 할 경우 식사를 외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현실 탓입니다. 이에 법무부는 검사에게 식사를 제공받지 말고 특근매식비로 사 먹으라는 지침만 전달한 겁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대부분의 교정기관은 휴일 또는 야간에 출정 계호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지 않았고, 소속기관의 특근매식비로 교도관의 식사를 해결하고 있어 별도로 전국 교정기관에 지시할 필요가 없었다"며 "다만, 실태조사의 대상이었던 기관(수원지검)에 대해선 조사 진행 과정에서 당시 기관장 직무대행(부소장)과 총무과장에게 직원의 식사는 검찰 등 외부 기관의 비용이 아닌 자체 특근매식비로 해결하고 부족한 경우 기관의 비용에서 추가로 지급하도록 당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작 관련 규정 정비는 검찰의 수사권 존치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현재 검찰청 폐지와 관련 법률 개정 등의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며, 그 결과에 따라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제도 변화 가능성을 이유로 문제를 방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앞서 법무부는 2021년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합동 감찰한 결과 유사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수용자에 대한 불투명한 반복 소환, 부적절한 편의 제공이 자행됐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후 법무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편의 제공을 금지하고, 수용자 조사 내용의 서면 작성을 의무화하는 대책으로 내놨었지만, 불과 2년 뒤 연어·술 파티 의혹이 벌어진 겁니다.
이 전 부지사를 대리했던 김현철 변호사는 "대북 송금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건 검사나 수사관이 없었는데도, 공범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라며 "검사가 조사를 할 때는 당연히 검사가 계호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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