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이하 마약 합수본)가 출범 8개월 만에 존폐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마약 합수본의 운영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 겁니다. 대응책 마련에 남은 시간은 단 두 달 남짓입니다. 하지만, 향후 조직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로드맵조차 부재한 실정입니다.
어렵게 구축한 마약 수사 역량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그간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대립해 온 검찰과 경찰마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마약 합수본에서 손발을 맞춰온 검·경은 마약범죄의 '수사의 신속성'을 위해서라도 합동수사 체계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신준호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 제1본부장이 지난 7월30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는 지난 7월30일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에서 마약 합수본의 신준호 제1본부장(차장검사)과 고혁수 경찰총괄실장(총경)을 만나 합동수사 기구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물었습니다. 인터뷰는 별도의 공간에서 각각 1시간 넘게 진행됐습니다.
"'검찰 주도' 아니더라도 마약 합수본 필요"
강력부에서 잔뼈가 굵은 신준호 본부장은 "마약청이 생기기 전까지는 합동수사 기구가 꼭 필요하다"며 "합수본을 없애면 큰 국가적 손실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 중심의 조직 형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는 "형사사법 구조 변화에 따라 (마약 합수본 재구성의) 핵심은 검사를 합수본에 두느냐, 마느냐일 텐데 검사가 있으면 더더욱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검찰이 꼭 합수본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고, 경찰 혹은 중대범죄수사청이 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합수본은 유지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찰에서 20년 넘게 수사를 해온 고혁수 실장 역시 "검찰과 경찰의 수사실 공간은 나누어져 있지만, 합수본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다"며 "어느 기관이 주관하든 관계 기관들이 모여 협업하는 체계는 필수적이다. 실시간 정보 공유와 영장 신청·청구가 한곳에서 이뤄져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담보된다"고 전했습니다.
마약 합수본은 지난해 11월 급증하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고자 출범했습니다. 검찰을 비롯해 경찰·관세청·해양경찰청·서울시청 등 8개 유관 기관이 참여했습니다. 현재 마약 합수본을 총괄하는 건 검찰입니다. 수원지검장이 본부장직을 맡아 경찰과의 수사 협력 및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합니다.
하지만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현행 수사지휘 및 협력 시스템은 존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함에도 정작 마약 합수본의 운영 방식에 대한 정부 논의는 답보 상태입니다.
"'뭘 하겠냐' 우려에도 협업으로 '숲' 봤다"
특히 마약 합수본 구성원들은 지난 8개월간 여러 기관의 협업을 통해 체감한 시너지 효과가 사라질까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신 본부장은 "마약사범이 연간 2만7000명을 넘어서는 심각한 상황에서 전국의 수사 역량을 모아 출범한 곳이 합수본"이라며 "출범 초기엔 '평소에도 검찰과 경찰은 소통도 안 되는데 뭘 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명실상부한 마약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기존엔 점조직 형태로 수사를 하다 보니 정보가 단절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합수본을 가동한 지 2~3개월 만에 전국 마약 유통의 판이 보였다"면서 "나무가 아닌 숲이 보이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신 본부장에 따르면, 마약범죄를 수사할 때 통상 경찰은 투약·판매망을 수사하고, 검찰은 밀반입·대규모 유통망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합수본에선 이원화 구조에서 벗어나 밀수부터 투약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합수본은 출범 6개월 만인 지난 6월, 밀수 총책부터 최말단 유통책까지 동시에 소탕해 8개 마약 조직 235명을 입건하고 109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고혁수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 경찰총괄실장이 지난 7월30일 오전 수원 영통구 수원지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성과는 기관 간 협력으로 마약범죄 수사에서 강조되는 '신속성'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고 실장도 "예전 같으면 공문 만들어 보내고, 다시 받고 했을 일이 단번에 해결됐다"며 "출입국관리청이 합수본에 나와 있으니, 바이오(생체) 정보를 검색해 외국인 범죄자의 신원을 바로 특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원을 알아야 출국을 정지시키는데, 과거처럼 누군지 확인하는 데만 하루이틀 소요되다 보면 범죄자를 놓칠 수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신 본부장도 "마약범죄 수사는 하루이틀이 아니라 분초를 다툰다"며 "상선(상위 판매책)이 인천공항을 통해 도주한다고 할 경우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고, 합수본 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합수본 내 검사가 이를 바로 청구하는 시스템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율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약범죄 소탕'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기관 간의 주도권 싸움이나 신경전도 합수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고 실장은 "이곳에서는 '보완수사 요구'로 인한 갈등 개념 자체가 희미하다. 서로 얼굴을 붉힐 일 없다"며 "검·경이 서로 협력이 잘되고 분위기가 좋으면 (갈등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합수본 내에서 검·경은 1~2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상시적 대면 소통은 물론 검찰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소통도 가능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두 사람은 향후 합수본의 존속 여부와 개편 방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신 본부장은 "합수본이 어떻게 개편될지 몰라 구성원들의 지위가 많이 불안정한 상태"라며 "합수본의 명확한 진로가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 실장도 "경찰이 합수본에 파견되는 기간은 1년인데, 파견 연장이나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지침이 신속히 나와야 한다"면서 "한창 수사를 하다가 당장 내일 복귀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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