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베이커리 신화의 선두에 선 SPC그룹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해외 진출과 매출 성장의 그늘 뒤에는 가맹점주의 피눈물 나는 비용 부담과 현장 노동자들의 끊이지 않는 위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지는 연속 보도를 통해 해외·신사업의 재무적 실태부터 가맹점주들이 겪는 불공정한 정산 구조, 그리고 개선 조치 후에도 여전한 공장 잔혹사까지 SPC의 구조적 모순과 상생 및 윤리경영의 현주소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SPC그룹 계열사에서 이물 혼입 등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현행 법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며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법률 정합성 등의 이유로 영업장별 단발성 처분에 그치는 식약처의 미온적 대응과 기업의 모호한 재발 방지책이 맞물린 구조적 인재인 셈인데요. 해외 기업들이 단 한 건의 위생 사고에도 전면 생산 중단과 과감한 투자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 달리, SPC는 생산 역량을 초과하는 물량 부담과 미흡한 위생 설비 투자로 인해 품질 잔혹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SPC삼립의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식약처로부터 확인한 2023~2025년 SPC에 대한 식약처 행정처분 건수는 총 12건.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 이물 신고 등에 따라 SPC그룹에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SPC 제품의 품질 이슈는 최소 8년 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지난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2018~2023년(6월) SPC의 128건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를 지적된 바 있습니다. ‘이물 혼입’이 주를 이뤘는데, 당시 SPC삼립 시흥공장은 단독으로 60건을 기록하며 최다 적발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식약처 처분은 단순 시정명령(116건)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듬해 국감에서도 68건의 식품위생법 위반 적발 중 56건이 시정명령에 그쳤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SPC삼립 시흥공장 26건을 비롯해 20여개 개별 사업장에서도 이물 혼입 등의 적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없이 시정명령이 주를 이뤘습니다.
SPC그룹이 생산한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가 다년간 적발되고 있다. 경미한 처분, 회사의 재발 방지 의지의 모호함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식품위생법상 식품 영업은 소재지·공장별 각각 허가·등록·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반 시 해당 영업장에 대한 처분이 이뤄집니다. 즉, 이 영업장에서 같은 위반행위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면 1·2·3차 차수별 처분이 가중됩니다. 하지만 SPC처럼 동일 기업 소속의 여러 공장에서 발생한 이물 혼입 사고에 대한 처분은 각각의 단순 처분이 이뤄질 뿐입니다.
SPC처럼 반복적인 적발 시 강화된 처분 적용 필요성에 대해 식약처는 “행정제재는 허가받은 영업장 별로 가하는 제재로서 타 영업장까지 적용하면 ‘법률 정합성’ 및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 우려가 있어 법령위반 해당 영업장 이외의 타 영업장에 대해 가중 처분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솜방망이’ 처분에 대해서는 “경미한 법 위반 사항은 행정처분(과태료 포함)이 원칙”이라며 “식품위생법 위반 시 처분은 정해진 행정처분 기준에 따라 처분권자(지방정부 등)가 행정절차법에 따른 의견 청취 절차 등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물 협의체 운영을 통한 의견 수렴 등 지속적 노력 중”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처럼 법·제도적으로 SPC에 대한 소위 ‘핀셋’ 처분의 어려움과 처분 자체가 가볍다는 구조적 한계는 결과적으로 SPC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곧 품질 이슈 재발 방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제도 한계에 기업 대책도 모호..."제조 투자 늘려야"
지난 2014년 일본 마루카식품의 컵라면 속에 바퀴벌레가 혼입된 사건이 발생하자, 회사는 전 제품의 생산·판매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전 제품의 자진 회수와 판매 중지가 결정돼, 판매 중지 기간은 약 6개월간이나 이어졌습니다. 당시 회사는 재발 방지를 위해 투입한 10억엔을 투입했는데 이는 매출액의 8분의 1에 달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판매 재개 후 매출 회복이 이뤄지자 현지 언론은 “마루카식품의 성실한 대응 덕분”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반면, SPC그룹은 다년간 동일한 이물 혼입 사례가 반복됐지만 식품 안전 재발 방지책은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산업안전 장치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검출 장비나 위생 설비 등 식품 이물질 혼입 방지를 위한 투자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성실한 대응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한 마루카식품과 달리 SPC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통상 제조 분야에서 작업자 사고나 품질 문제 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장 및 설비 노후화, 제조 역량을 넘어선 생산 요청 물량 등 때문”이라며 “제조 과정에서 사람 개입이 덜할수록 이물 혼입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물 혼입이 잦다는 것은 제조를 여전히 인력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설비 자동화가 더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반복적인 제조상 문제 발생은 결국 역량을 넘어선 물량이 생산을 요구받고 있단 의미”라며 “타 식품 대기업들이 제조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처럼 SPC도 제조 분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SPC에 식품 안전 관리 방안을 요청했지만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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