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논란 2년…2024년 파동부터 소환·압색까지
2년 넘어가는 감독 선임 논란…문체부 감사, 청문회 거쳐 경찰 강제수사로
축협 "절차상 문제 없었다"…홍명보·정몽규·이임생 등 의사결정 과정 수사
2026-08-06 17:30:16 2026-08-06 17:50:20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지난 2024년 7월 홍명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직후 불거진 '절차적 공정성' 논란이 2년여 만에 경찰의 강제수사 단계까지 확대됐습니다. 홍 전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면접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 6월 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거두자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고, 결국 국회 청문회를 거쳐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겁니다.
 
경찰은 지난 4일 홍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공개 조사한 데 이어, 6일엔 대한축구협회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2024년 2월부터 논란…클린스만 경질부터 홍명보 '빵집 면담' 
 
홍 전 감독 선임 논란의 출발점은 202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축협은 2023년 말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책임을 물어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이후 축협은 정해성 전 대회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임명해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감독 선임에 전권을 쥔 전력강화위원회는 국내외 지도자를 후보군에 두고 검토를 진행하며 외국인 감독 선임 협상에 무게를 뒀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몽규 축협 회장 등 협회 수뇌부와 의견 충돌이 빚어졌고, 결국 정 위원장은 그해 6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게 됩니다.
 
정 위원장 사퇴 후 감독 선임 업무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는 홍 전 감독을 포함해 외국인 감독 2인(다비트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최종 3인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선임 논란의 핵심이 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당시 울산 HD 감독을 맡고 있던 홍 전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국가대표팀 감독에 오르는 것에 불쾌감을 표하며 2024년 7월1일 감독직을 공식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7월7일, 축협이 홍 전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튿날 축협은 홍 전 감독을 공식적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전 이사가 밤늦게 홍 전 감독의 자택 앞을 찾아가 설득한 이른바 '빵집 면담'으로 홍 전 감독이 마음을 바꾼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임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여론의 비판이 폭발했습니다.
 
2024년 7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선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명보 특혜' 비판과 문체부 중징계…법원도 "축협 청구 기각" 
 
선수 출신인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등은 기획안 제출과 공식 면접을 거친 외국인 후보들과 달리, 홍 전 감독에게만 특혜성 절차가 적용됐다고 비판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축협은 비밀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박 전 위원을 공개 비판하며 맞섰습니다. 전력강화위의 추천 과정과 이사회 의결이 법적·행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한 시민단체는 정몽규 축협 회장 등을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논란은 그해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축협 현안질의와 10월 감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문체부는 이임생 전 이사가 감독 추천 권한 없이 면담과 협상을 주도했고, 이사회의 감독 선임 권한도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 감사에선 정몽규 회장과 김정배 당시 상근부회장, 이 전 이사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비롯해 감독 선임 절차도 다시 진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축협은 감사 결과에 불복해 2025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4월 문체부의 중징계 처분 요구가 정당하다며 축협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지난 6월30일 새벽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예선 탈락 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드컵 졸전과 성난 민심…국회 청문회로까지 번진 비판 여론
 
잠잠해지는 듯했던 논란은 지난 6월 개막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거세졌습니다. 홍 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본선 조별리그 A조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졸전 끝에 1승 2패에 그치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습니다. 
 
무엇보다 탈락 확정 이후 홍 전 감독의 대응은 민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 없이 2분 남짓의 입장문만 읽은 채 자리를 떠났고, 퇴장할 땐 주머니에 손을 넣는 태도로 거센 공분을 샀습니다. 귀국 현장에서는 인천공항에 몰려든 팬들이 "홍명보 나가"를 외치는 등 성난 민심을 표출할 정도였습니다. 
 
대표팀의 부진과 축협의 행보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겹치자 국회 문체위는 지난달 30일 축협 운영을 점검한다며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국회는 홍 전 감독과 정몽규 전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감독 선임 절차와 결정 경위를 강도 높게 추궁했습니다. 청문회에서 홍 전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연봉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비판의 화살은 단순히 홍 전 감독 개인에게만 향하진 않았습니다. 공식적인 절차와 협의 없이 감독을 선임하고 각종 특혜 논란은 물론이고 경직되고 부패한 조직문화로 대표되는 축협과 수장인 정몽규 전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컸습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빨라지는 수사 당국…홍명보 '피의자 소환'에 축협 '압수수색'
 
이런 상황에서 수사 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관한 경찰은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을 비롯한 축협 전·현직 임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지난 4일엔 홍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공개 조사한 데 이어, 6일에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과 충남 천안 축구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습니다. 고발장 접수 약 2년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이 축협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찰은 확보한 증언과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부당한 개입,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혐의 유무를 집중 검증하고 있습니다. 향후 정몽규 전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당시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에 대한 피의자 소환 조사도 이어질 걸로 관측됩니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이번 '홍명보 선임 논란'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걸로 보입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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