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총수의 베팅)①책임투자냐 '기회의 사유화'냐…이해상충 논란
정의선,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2.6% 보유
기업가치 뛰며 개인 지분가치도 10조원대
회사·총수 간 투자기회 배분이 핵심 쟁점
2026-08-28 07:40:00 2026-08-28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6일 16: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인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와 총수가 함께 자금을 대 신사업의 위험을 나눈다는 점에서는 책임경영으로 볼 수 있지만 기업이 누릴 수 있었던 사업 기회의 일부를 지배주주가 가져가 향후 가치 상승의 과실을 개인이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상충 논란이 불가피하다. <IB토마토>는 총수의 사재 투자가 책임경영과 사익편취의 경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해상충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와 이사회의 역할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최근 그룹의 신성장 사업에 총수가 개인 자금을 투입하는 사례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초기 투자비가 크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에 계열사와 총수가 함께 투자하면 지배주주도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을 직접 부담한다는 점에서 책임경영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는 동시에 사업이 성장궤도에 올라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회사가 누릴 수 있었던 투자 과실 일부가 총수 개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총수의 사재 출연 투자를 둘러싼 이해상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보스턴다이내믹스 몸값 뛰자 정의선 지분도 10조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현재 22.6%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 9.65%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함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율대로 이를 인수할 경우 정 회장의 지분율은 약 2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정 회장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245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개인 자금 약 2400억원을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연구개발과 사업 확대를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추가 자금을 투입하면서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왔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당시만 해도 정 회장의 투자는 계열사와 함께 위험을 부담하는 성격이 강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데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비용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매출액 1501억원을 기록한 반면 당기순손실은 5284억원을 기록했다. 5년 동안 누적 매출은 5022억원, 누적 당기순손실은 1조 7558억원에 달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를 핵심 미래사업으로 키우면서 정 회장의 개인 지분가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45조원으로 적용하면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0조 1900억원에 이른다.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 이후 지분율이 25%까지 확대될 경우 단순 계산한 가치는 11조 2700억원으로 높아진다.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회장이 감수했던 투자 위험 역시 투자이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향후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과실 역시 지분율에 따라 정 회장 개인에게 돌아간다.
 
총수가 계열사와 함께 신사업에 투자한 사례는 보스턴다이내믹스만이 아니다.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은 2017년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K실트론 지분 29.4%에 개인 자금을 투자했다. 당시 SK는 LG(003550)가 보유했던 지분 51%와 KTB프라이빗에쿼티(PE)가 보유했던 19.6%를 확보해 총 70.6%를 보유했고, 나머지 29.4%에는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약 2500억원이었다. SK실트론 역시 이후 반도체 시장 성장과 웨이퍼 수요 확대에 따라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도 상승하기도 했다.
 
위험도 과실도 공유…투자기회 배분이 쟁점
 
다만 총수의 사재 투자를 둘러싼 평가는 투자 자체보다 회사와 개인 사이에서 사업 기회를 어떤 기준으로 배분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총수가 계열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하고 실제 손실 위험까지 부담했다면 공동투자를 일률적으로 사익편취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초기 투자비가 크고 사업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신사업에서는 총수의 자금 투입이 계열사의 재무 부담을 낮추고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반면 회사가 단독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거나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투자 기회 일부가 총수 개인에게 배분됐다면 이해상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사업이 성공했을 때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기업가치 상승분 가운데 일부가 지배주주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 당시 총수가 부담한 위험뿐 아니라 회사가 해당 투자 기회를 포기하거나 총수와 나눌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얘기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역시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고 현대차와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 주요 계열사와 사업 시너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술과 사업 확대에 따른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인 만큼 정 회장이 상당한 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그룹의 핵심 미래사업으로 자리 잡고 계열사와의 사업적 결합이 강화될수록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경제적 이익 일부가 정 회장 개인에게 귀속되는 구조를 두고 주주가치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될 여지도 커진다.
 
경제개혁연대도 최근 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당시 정의선 회장의 개인 지분 인수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콜옵션 행사 과정에서도 정의선 회장이 추가 지분을 인수할 경우 관련 논란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총수가 회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하고 실제 사업 실패 위험까지 부담했다면 단순히 사재를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익편취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래 성장성이 큰 사업일수록 어떤 근거로 회사와 총수 사이에 투자 기회를 배분했는지, 이사회가 회사와 일반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검토했는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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