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은행권에서 외부인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상거래 탐지체계와 여신 사후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자체 점검이 아닌 수사기관 통보나 다른 금융사의 사고 공시 등을 통해 뒤늦게 사고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장기 거래처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상징후 탐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6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로 24억1738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3년 9월 18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이며 손실 예상금액은 최대 14억1738만원입니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번 사고를 자체 점검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금융사고 공시와 관련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동일 사건과 관련한 사고가 공시되면서 하나은행에서도 관련 거래를 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일 거래처의 기업금융 관련 사기 혐의로 583억4799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산업은행 역시 자체 점검이 아닌 경찰청의 압수수색 통지를 받은 뒤 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사고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기업은행도 지난 20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로 94억3971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습니다. 세 은행에서 공시한 사고금액을 합치면 702억508만원에 달합니다.
사고가 장기간 이어졌는데도 일부 은행이 자체적으로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래처 검증과 이상거래 탐지, 여신 사후관리 체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시중은행에서도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81건, 사고금액은 5495억28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 사고금액은 2020년 55억800만원에서 2021년 52억9200만원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2022년 895억100만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후 2024년 1211억6900만원, 2025년 2319억200만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고, 올해도 7월까지 3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금액은 236억8600만원에 달합니다.
사고 유형별로는 사기가 149건, 3036억700만원으로 금액 기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요. 업무상 배임이 30건, 1554억15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횡령·유용은 90건, 900억76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별 누적 사고금액은 우리은행이 2843억5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KB국민은행 1422억500만원, 하나은행 822억3700만원, 신한은행 407억8100만원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별 재발방지 대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외부인 사기의 경우 단순히 내부 직원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기존 내부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 실행 전 거래 상대방과 제출 서류, 담보와 자금 흐름을 검증하고 실행 이후에도 거래처의 이상징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하나은행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자금 출처와 소득 적격성 검증, 대출 실행 전 본인 확인 강화, 분양사업장 관련 필수 서류 검증, 자금 집행 계좌 검증, 외부 감정평가와 비교 시세 조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심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 역시 장기간 거래처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 장기 거래처에 대한 모니터링 주기와 이상거래 탐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경찰 수사 이후 검토할 예정입니다. 기업은행 측은 "우선적으로는 이번 사건의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이상거래탐지시스템 등 고도화 및 재점검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고도화뿐 아니라 대출 실행 전 서류·자금·담보 검증, 거래처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 등 사람과 시스템을 결합한 다층적인 통제 체계 구축을 현재 일부 회사에서는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다 빠른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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