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1조원이 넘는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수주 계약을 따내는 등 고부가 제품에서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단일 MLCC LTA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상반기 AI 서버용 핵심 부품에서만 3조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고성능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삼성전기는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AI 서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경영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삼성전기는 지난 5월부터 실리콘 캐패시터(Si-Cap)와 AI 서버용 MLCC에서 잇달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공시 기준 LTA 규모를 약 3조3200억원까지 올렸습니다. 삼성전기는 이번 고객사를 포함해 글로벌 기업 10여곳과 MLCC LTA를 체결했습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LTA를 논의 중으로, 추가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MLCC는 댐처럼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원활한 동작을 돕는 핵심 부품으로,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간섭(노이즈)를 제거해 전자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입니다.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IT기기,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탑재돼 ‘전자제품의 쌀’로도 불립니다.
특히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MLCC 탑재량이 10배 이상 많습니다. 실장 면적은 제한적이지만, 탑재 수량이 늘어나는 만큼 초소형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또 AI 서버의 높은 연산에 따른 발열 증가로 105℃ 이상의 고온과, 100V(볼트) 이상 고전압, 강한 휨 강도 등 가혹한 환경을 버틸 수 있는 고신뢰성 제품이 대거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높은 AI 서버용 MLCC 시장이 삼성전기에게 기회라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는 회사 추정 기준 점유율은 24%입니다. 하지만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는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초소형·고용량·고신뢰성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서버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시장도 확대 중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서버용 MLCC 시장은 2025년 14억달러에서 2030년 58억달러로 연평균 약 34% 성장할 전망입니다.
잇따른 대형 수주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추진해 온 신사업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삼성전기는 ‘CES 2024’에서 회사의 미래 기술 개발 비전인 ‘Mi-RAE'(미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모빌리티, 로봇, AI·서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이에 삼성전기는 협력사와 동반 성장으로 기술 경쟁력 다질 계획입니다. 장 사장은 최근 협력사 소통 행사에서 AI·서버와 전장 등 고성장 시장을 겨냥한 부품 기술 차별화와 전략적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장 사장은 “미래 산업 기술의 실현은 부품·소재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며 “긴밀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만들어나가자”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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