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5%' 뚫린 미 금리…외풍 삼각파도
'글로벌 벤치마크' 미 10년물 국채 금리, 19년 만에 '최고치'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악순환…글로벌 금융시장 긴장감 ↑
2026-09-16 17:00:12 2026-09-16 17:06:1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연 5% 선을 돌파했습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자금조달 비용의 기준점이자, 미국 경제 전반의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집니다. 주식 등 위험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우는 10년물 금리의 '마의 5%' 선이 뚫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한국 역시 이미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도 장중 1370원대로 껑충 뛰었습니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외풍 삼각파도에 한국 경제의 긴장감도 커지는 양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제유가 급등에 '심리적 저항선' 돌파…"넘어서는 안 될 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4%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4.99%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 장중 5%를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고점을 높이는 등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2007년 금융위기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30년물 금리도 장중 5.401%까지 올랐으며 마찬가지로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수조 달러 자금의 벤치마크이자, 미국 경제의 체온계로 통합니다. 국채금리가 급등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국제유가가 꼽힙니다. 실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 대비 2.90% 오른 배럴당 108.7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38% 오른 105.83달러를 기록하면서 100달러 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19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여기에 중동발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채권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국채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시장이 이번 5% 선 돌파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이유는 과거와의 금리 격차 때문입니다. 과거 미 10년물 금리가 장중 5% 선을 돌파한 적이 있었던 2023년에는 연준의 기준금리 수준이 5%대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기준금리가 3.50~3.75%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5%를 훌쩍 넘었기에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금리가 5%대로 굳어지면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7%에 육박하는 등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하방 압력이 커집니다. 또 조달 비용 증가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 정부는 불어난 이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면서 다시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마의 5% 선'을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고 꼬집는 이유입니다.
 
한국 경제도 영향권…국고채 금리 뛰고 환율 껑충
 
전 세계가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악순환에 갇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졌습니다.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였습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15% 안팎까지 상승했고, 30년물 금리 역시 연중 최고점을 넘어섰습니다. 국채 발행 물량 부담 속에 대외 금리 변동성까지 겹치며 채권 매수세는 단숨에 위축됐습니다.
 
최근 1300원을 바라보며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흔들렸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368.6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단숨에 136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습니다. 장중에는 1372.9원까지 올라 이달 2일(장중 기준 1375.0원) 이래 2주 만에 처음으로 137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더불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긴축 기조의 강도와 시기를 놓고 고심이 깊어졌습니다. 앞서 한은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백투백 인상'을 밟은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갈 채비를 해왔습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 역시 정책 효과를 면밀히 점검한 뒤 추가 행보를 결정하겠다며 속도조절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외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며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긴축의 방향을 다시 되짚어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시장에서는 미 국채금리 급등이 우리나라의 금리와 환율,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짚습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연준의 FOMC는 금리 결정 자체보다 향후 정책금리 경로가 얼마나 높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고금리 환경이 길어지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뿐 아니라 수익성과 투자의사 결정에도 보수적인 시각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높은 시중금리가 유지되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진다"며 "이제 고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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