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지지층 결속을 강조하며 진영 내부 갈등 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친DJ(친김대중)을 언급한 다음 날 지지층에 멸칭과 혐오 표현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최근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하며 진보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떨어진 가운데 나온 메시지입니다. 다만 진영 내부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아닌 나의 부족함 탓해달라"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지지층 결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검찰개혁을 둘러싼 지지층 내부의 우려를 직접 달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한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진영 내부의 갈등을 두고 자신의 책임까지 언급하며 지지층을 달랬습니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 전 모두발언에서 "이 가슴 아픈 현실이 만들어진 데 수많은 원인과 동인이 있겠지만, 민주당 제1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나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미운 마음이 들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더라도 나와 정부의 부족함을 탓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지지층 내부의 갈등을 특정 세력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대통령 자신에게 돌리며 통합을 호소한 것입니다.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는 기자회견장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 이후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지지자의 응원 글을 공유하며 "위로가 많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당 글 작성자가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멸칭 등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은 해당 공유 글을 삭제하고 '대통령의 친구'라는 글을 올리며 "이제라도 혐오와 비아냥, 감정적 비난은 버리고, 사실과 애정에 기반한 합리적인 비판, 품격 있는 설득과 따뜻한 호소에 나서라"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언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까지 내부 결속을 강조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어 "여러분이 바로 이재명이고, 여러분이 바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 주시기 바란다"며 "폭언과 비아냥, 멸칭과 혐오로 갈등과 적대를 키우는 것은 우군을 줄이고 적을 늘린다. 그들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언젠가는 우리가 설득하고 함께 가야 할 분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연구원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했습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명(친이재명)을 자처하는 국회의원, 정치인, 평론가, 유튜버 및 시민들에게 정중히 그리고 강력히 요청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글 취지에 따라 '멸칭 정치'와 '갈라치기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층 긍정평가도 하락…유시민 "돌멩이 꺼내야"
이 대통령이 연일 지지층 결속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지지율 하락세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가 지난 14일 공표한 여론조사(9월7~11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3.8%로 전주보다 3.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9주 연속 하락세로, 부정 평가는 63.3%까지 올라 취임 후 처음 60%대를 기록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진보층에서도 하락 폭이 컸다는 것입니다. 진보층의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8%포인트 하락한 49.3%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으로서는 함께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막는 것도 과제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기자회견에서 과거 민주개혁 진영을 하나로 묶으며 '동지'를 강조하고, 이후 SNS를 통해 지지층에 혐오와 비아냥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 대통령의 이런 호소가 진영 내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날 유튜브 방송 '탁현민의 더뷰티플'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진보 진영 내 멸칭 사용을 '가슴 아픈 현실'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진단을 있는 그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멸칭을 사용하는 지지자들을 '신발 속 돌멩이'로 표현한 유 작가는 "흙길 가다 보면 조그만 돌멩이 같은 게 발바닥에 들어가면 굉장히 불편하다"며 "그러면 그걸 꺼내고 털어서 가야 하는데 돌멩이가 들어왔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불편하다' 이런 상태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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