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논술형 수능 도입, 찬반 입장 치열
국교위 "AI시대와 부합하는 교육"
이재명 대통령, 문제의식에 공감
사교육비 증가·여견 부족 등 우려
2026-10-14 06:00:00 ㅣ 2026-10-14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술형·논술형(이하 '서·논술형') 평가의 내신시험 확대와 수능 도입 여부가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찬성 논리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심화·종합적 사고 함양을 하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미 주어진 보기 중에서 답을 고르는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서·논술형은 도입 목표를 구현하기 힘들뿐더러 사교육비 증대 같은 부작용만 일으킨다고 맞섭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서·논술형 평가 내신 확대와 수능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와 공론화 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술형은 문장, 논술형은 문단이나 글의 분량으로 답변을 작성하는 시험입니다. 서·논술형은 현재 광역자치단체별로 내신에 20~40% 범위에서 적용되는 중입니다.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지난 8월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재의 시험 체제는 고등교육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오지선다 객관식 문제를 무한반복 풀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고력이나 창의성을 키울 수 없고, 고등교육 준비를 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초보 컴퓨터 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바꾸라고 한 얘기가 아니라 같이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찬반 여론은 정부 주도 설문에서조차 팽팽합니다. 국교위가 고교생·학부모·교원 등으로 이뤄진 국민참여위원 180명에게 지난 8월29~30일 실시한 숙의 결과, 수능에 오지선다와 서·논술형 평가를 병행하는 출제 방식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5.5%,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41.7%로 갈라졌습니다. 특히 숙의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찬성 의견의 낙폭이 두드러졌습니다. 숙의 전 유·초·중등 교원 73.1%가 ‘필요하다’라고 답변했으나, 숙의 후에는 19.2%포인트 내려앉아 53.8%가 됐습니다. 유·초·중등 학부모도 같은 기간 63.9%에서 50.0%로 줄어들어 낙폭 13.9%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교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 위원인 이상민 이현고 수학교사는 "국교위가 제반 여건을 갖추지 않고 너무 빠르게 평가 방식 변경을 추진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실제로 13일까지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교사들은 서·논술형 도입에 대해 찬반이 갈렸습니다.
 
도입 찬반 엇갈리는 중·고교 교사들
 
박시영 미사고 교사는 "수행평가가 서·논술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익숙하지 않거나 못 하는 건 아니다. 충분히 할 상황은 된다"며 "내신부터 서·논술형을 확대해서 상대평가를 없애고 그다음에 수능도 절대평가로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용주 전 중학교 사회교사도 "AI 시대니 시험 문제에서 서·논술형을 확대하고 수능에 반영하면,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사고를 좀더 깊게 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며 “사교육비 증가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차피 지금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아이들이 성적이 높은 상황이어서 서·논술형이 그런 상황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받을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객관식은 학생들이 뭘 모르고 아는지를 교사가 알 수 없지만, 서·논술형은 학생 글을 읽고 판단해서 피드백하고 학생 전반 수준에 맞는 질 높은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객관식은 채점자가 달라져도 채점 결과가 같아 공정하지만, 서·논술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한 채점자가 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일관되게 채점하는 신뢰도를 확보하는 게 공정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반해 이상민 이현고 수학교사는 "서·논술형은 출제한 선생님들끼리 의견이 다른 데다, 학생들의 답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3~4일 만에 채점할 수가 없다"며 "모든 반이 같은 시간대에 수행평가를 할 수 없다 보니 시험 문제가 반별로 다른데 학부모들은 문제 차이가 난이도 차이로 이어진다고 문제 제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사는 또 "학교 수업에서 서·논술형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교육 과정, 교과서 변화, 교원 수급이 다 필요하다"며 "이게 전제되지 않는 이상, 내신에서 서·논술형 확대, 수능에서의 도입 모두 사교육 확산만 야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상규 목동고 국어교사는 "현재도 서·논술형의 목표인 창의적 사고를 달성하는 데에는, 채점 기준이 상대적으로 조밀하고 변별력에 맞춰진 정기고사보다는 평가 잣대가 좀더 유연한 수행평가가 도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수능에 도입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교육부는 AI로 내신 서·논술형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중인데, 시스템의 표준화된 채점 기준이 오히려 사고의 폭을 제한하게 된다. 이 시스템이 수능까지 간다면, 비판적 사고 등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본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외에 교과에 따라 서·논술형의 내신 적용은 달리하고 수능 도입에는 조건부 찬성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수종 신연중 과학교사는 "과학 등 특수한 교과에서 글쓰기를 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교육 등 부작용 해소 방향성을 잘 잡는다는 가정하에 서·논술형 수능 도입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학원가. (사진=뉴스토마토)
 
학생들도 의견 갈려…국교위는 공론화 준비 중
 
학생들 역시 의견이 갈립니다. 서울 노원구 학원가에서 만난 중3 문모군은 "확실히 객관식보다 어렵기 때문에 백지를 내는 친구들도 있다. 채점 기준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수능에 도입되면 어려울 것 같다. 객관식은 찍기라도 되는데 이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걱정했습니다.
 
반대로 고1 임모양은 "공부한 범위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기준에 대한 다툼도 별로 없다"며 "수능에 나와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상명고에 다니는 고2 김모군은 "객관식보다는 어려운 건 사실이나, 객관식 역시 헷갈리게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난이도가 어렵다는 점은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며 "핵심 키워드 등 기준이 정해져 있어서 평가에 있어 크게 논쟁이 일어나진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수능에 나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초 국교위는 이달 말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에 서·논술형 평가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하다가, 여론을 더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로 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교위는 오는 2027년 3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확정 때까지 공론화 과정을 더 전개할 예정입니다. 국교위 관계자는 “공론화 과정은 계속 마련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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