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전원 꺼도 전기 유지하는 ‘강유전체’ 메모리 승부수
삼성, 강유전체 관련 특허 2건 등록
SK, AI 연산 처리량 최대 16배 높여
강유전체 통해 메모리 내 연산 기대
2026-10-15 15:40:38 ㅣ 2026-10-15 15:49:46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에 인공지능(AI) 연산 기능까지 더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력 소모를 줄이고 저장 용량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메모리 내부에서 계산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입니다. 양사는 특히 전원을 꺼도 전기적 상태를 유지하는 강유전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관련 특허권을 확보했고, SK하이닉스는 강유전체 낸드(FeNAND)를 활용한 AI 연산 연구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에서 삼성전자가 전시한 저전력 인공지능(AI) 메모리 ‘LPDDR5X-PIM’. (사진=이명신 기자)
 
15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강유전체 메모리 관련 특허 2건을 등록했습니다. 하나는 강유전체를 활용한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는 3차원 구조에 관한 기술입니다. 전기가 흐르는 통로와 강유전체층, 전극 등의 배치를 조정해 고집적 메모리를 구현하려는 구상입니다.
 
또 다른 특허는 메모리에 가하는 전압을 조절해 전기적 반응을 더 일정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AI는 수많은 계산을 반복하는데, 메모리 소자의 전기적 반응이 불규칙하면 연산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두 개의 전극에 서로 다른 전압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기적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AI 신경망 연산에 응용하는 방안을 고안했습니다.
 
강유전체는 외부에서 전압을 가하면 내부의 전기적 방향이 바뀌고, 전원을 끈 뒤에도 그 상태가 유지되는 물질입니다. 기존 낸드플래시가 전자를 가둬 데이터를 저장한다면, 강유전체 낸드는 물질 내부의 전기적 방향을 이용해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기록하고 지우는 데 필요한 전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3차원 적층 구조와 결합하면 저장 용량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삼성전자는 강유전체를 활용한 고밀도·저전력 낸드 기술을 연구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강유전체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셀당 최대 5비트를 저장하고, 메모리 스트링(여러 셀을 직렬로 연결한 구조)의 동작 전력을 최대 96%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강유전체 기술의 활용 범위는 데이터 저장을 넘어 AI 연산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진이 참여한 공동연구에서는 강유전체 낸드를 베이지안 신경망 연산에 적용했습니다. 베이지안 신경망은 AI가 계산 결과와 함께 그 결과의 불확실성까지 다루는 방식으로, 연구진은 강유전체 낸드를 이러한 연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소개한 아날로그 컴퓨팅 인 메모리(A-CiM) 구조 개념도.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강유전체 낸드의 연산 기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뉴스룸에서 강유전체 기반 3차원 낸드(3D FeNAND)를 활용한 아날로그 컴퓨팅 인 메모리(A-CiM) 연구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A-CiM은 데이터를 연산 장치로 옮기지 않고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계산을 처리하는 기술입니다. AI 연산에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이동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과 전력이 소모됩니다. SK하이닉스는 강유전체 낸드의 셀 구조와 연산 방식을 함께 최적화해 기존 2차원 비휘발성 메모리 어레이 대비 연산 처리량을 최대 16배, 에너지 효율을 최대 4950배 높였다고 밝혔습니다.
 
치근 AI 모델이 대형화로 메모리의 역할도 데이터 저장에서 연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강유전체는 전력 소모와 데이터 이동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강유전체 기반 메모리는 메모리의 처리량을 높이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 면적 대비 메모리 효율이 늘어나게 된다”며 “AI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메모리의 역할이 커지다 보니 업계가 메모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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